사카린과 똥물 - 사카린 밀수와 국회 오물 투척 사건(1966)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2/24
1960년대 부산항 하역장에 쌓여 있는 사카린 원료 포대. 출처-경향신문
<사카린과 똥물, ‘정경유착’이라는 잔혹한 느와르 - 사카린 밀수와 국회 오물 투척 사건>(1966)
   
비밀리에 들여온 흰색 가루의 정체
   
부산세관. 대한민국 제일의 항구 도시 부산.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수입품의 절반 이상이 부산항을 거친다. 부산세관은 국외에서 부산으로 들어오는 물건의 통관을 담당하는 국가 기관이다. 하지만 1960년대 부산항에는 정당한 절차를 거친 물건들만 들고 나는 것이 아니었다.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세관원의 눈을 피해 몰래 물건을 들여오는 밀수는 부산항의 큰 골칫거리였다. 
   
밀수의 대상은 시장에서 인기가 많아 돈이 되는 고급 시계, 화장품, 담배, 귀금속, 정력제 등 무궁무진했다. 밀수범들은 세관에 적발되지 않기 위해 무동력 소형 어선이나 잠수부를 동원하기도 했다. 돈이 되는 물건들을 걸리지 않고 밀수에 성공하면 한밑천 든든히 챙길 수 있는 시대였다. 
   
당시 부산, 여수 등지에서 횡행하던 밀수는 지방 도시에 근거를 두고 세력화한 조직폭력배들의 주요 사업이기도 했다. 더러 크게 한 몫 잡으려고 천둥벌거숭이마냥 무턱대고 밀수에 뛰어든 사람도 있었지만, 이들은 대개 금방 정체가 들통 나 적발되거나, 꼬리를 밟혀 곧 붙잡히고 말았다. 밀수는 위험하고 복잡한 일이었기 때문에 음지에서 오랫동안 터를 닦아가며 성장한 비합법 세력들만이 손댈 수 있었다. 
   
밀수품은 국가 경제를 망가트리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주범이었기 때문에 정부에서 단속을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밀수 조직들도 미리 손을 써 지역 세관 혹은 경찰들과 암암리에 연계돼 단속을 피해오고 있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기름칠’과 ‘빼빠질’을 해 빠져나갈 구멍을 미리 만들어 놓았다. 
삼성그룹의 사카린 밀수를 처음으로 폭로하는 특종 신문...
강부원
강부원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172
팔로워 2.2K
팔로잉 6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