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타이거즈, 김대중, 광주 그리고 너의 시대는.

민용준
민용준 인증된 계정 · 영화 저널리스트,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2023/11/13
오래전 해태 왕조라 불리던 해태 타이거즈의 막강했던 시절을 보고 자란 나에게 이종범은 정말 신이었다. 그래서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우승의 기쁨을 누리는 이종범은 낯설지만 반갑다. 무엇보다도 오래전부터 LG 트윈스의 우승을 갈망하다 성인이 돼서 함께 늙어가는 처지가 된 오랜 팬들과 달리 유년시절부터 일찍이 LG 트윈스의 우승을 경험하게 된 어린이 팬들의 미래가 궁금하다. 왠지 <인셉션>에서 림보에 빠져 회한으로 가득한 사이토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아니, 아닙니다. 어쩄든 LG 트윈스의 우승과 기뻐하는 이종범 선수가 아닌 이종범 코치의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 해태 타이거즈를 열렬히 응원했던 나의 어린시절을 돌아봤다. 해태 타이거즈가 마지막으로 우승한 1997년 광주 그리고 김대중에 관한 소회.
엑스포츠뉴스 기사 사진
초등학교 3학년 때 광주에 내려갔다. 처음은 아니었다. 큰집이 광주에 있었기 때문에 명절 혹은 제사 때마다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에 내려갔다. 어릴 때 차멀미가 심해서 귀 밑에 키미테를 붙이고, 버스가 출발하면 제발 이대로 잠들어서 광주에서 깨어나게 해주세요, 라며 빌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언제나 중간에 잠은 깼고, 여지없이 까만 봉투에 머리통을 처박고 흔들리는 오장육부로부터 기여 올라온 것들을 테이프를 되감듯 게워냈다.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광주로 이사를 갔으니까. 

그렇게 광주에서의 삶이 시작됐다. 당연히 전학을 갔다. 지금도 기억난다. 담임선생님을 따라 낯선 교실에 들어가 낯선 아이들 앞에 섰던 기억. 아이들은 시끄러웠고, 선생님은 이상한 발음으로 아이들을 조종했다. '아야, 조용 안 하냐. 인나. 엎쪄. 인나. 둔너. 전학생이 와씅께 조용해봐라잉. 아야, 이름 말허고 자기 소개해부러.' 구체적으론 못 알아들었는데 어쨌든 자기소개라는 단어는 이해했다. 방과 후에 학급 반장이라는 여자 아이 집에 함께 갔다. 몇몇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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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 방송, 강연, 모더레이팅 등, 글과 말과 지식과 관점을 팔고 있습니다. 13인의 감독 인터뷰집 <어제의 영화. 오늘의 감독. 내일의 대화.>를 썼습니다. | mingun@nate.com /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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