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담임 선생님과 섹스(SEX)를 얘기했다

기시선
기시선 · 사람과 세상에 대한 나만의 관점
2024/05/16
독일에 오자마자 거주했던 학생 기숙사는 방만 따로 쓰고 주방과 화장실, 샤워실은 공용이었다. 공용주방에는 티비가 하나 있었는데, 저녁이면 몇몇 학생들이 소파에 앉아 뉴스나 축구 경기 같은 것을 보곤 했다. 독일어도 못하고 성격도 내성적인 나는 사람들이랑 말을 섞기가 무서워서 몇 개월간 티비도 못 보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늦은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러 들어간 주방이 절간처럼 조용한 게 아닌가. '나도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티비나 좀 볼까...'하고 채널을 돌리다가 문화 충격에 적잖이 놀랐다.

말짱하던 프로그램들이 나오다가 난데없이 중요한 부위만 아슬아슬 가린 야한 여자가 나와서 민망한 몸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070 - xxxx - xxxx 같은 번호를 야하디 야한 목소리로 쉬지 않고 읊어댔다. 전화하라는 거다. 깜짝 놀란 나는 갑자기 누구라도 들어오면 오해라도 받을까 빛의 속도로 채널을 돌렸다. 한국으로 치면 MBC 하고 KBS사이에 그런 채널이 나오는 거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게 무슨 특별한 셋톱박스(Set-Top Box)를 설치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가정집에도 똑같은 채널이 나온다는 건데 이래도 되나 싶었다. '어른은 그렇다 치고 애들은?' '애들도 다 볼 수 있는 채널에 어른이 봐도 민망한 포르노그라피(pornography)가 나와도 되나?'

독일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런 채널들이 하루 종일 나오는 건 아니고 밤 10인가 11인가부터만 나온단다. 그리고 독일 초중고 학생들은 보통 그전에 다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좀 보면 어떤가'하는 느낌까지 들었다. 독일의 성(性) 문화라는 것은 그런 식이다. 


베를린의 흔한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이런 곳에 이런 게 있어도 되나 하는 광고판이 보인다. 

성인이라면 딜도(Dildo)가 뭔지 들어는 봤으리라 짐작한다. 남자의 성기 모양을 한 자위기구이다. 나도 실제로 본 적은 없는 그 성인기구 광고가 말짱한 길거리, 아니 한국으로 말하면 동네 꼬마 애들도 지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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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연한 모든 것을 의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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