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이지만 정신과 안 가는 미국 ADHD

박주얼
박주얼 · 미국 소아과 의사
2024/04/08
출처: Hotpot
미국 소아청소년 건강검진 (Well Child Visit) 6년 차

천방지축(天方地丑). 하늘의 방향과 땅의 축을 모른다는 뜻입니다. [짱구는 못 말려]의 가사에" 천방지축 얼렁뚱땅 앞뒤짱구"라고 나오듯, 유치원생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단어이죠. 예전에는 아이가 천방지축이어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그러려니 했다면, 지난 몇 년간 오은영 선생님이 TV에 나오며 ADHD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 많은 부모님들이 소아정신과를 찾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은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전국에 400명이 채 안되는데, 갑자기 ADHD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 소아정신과에 예약을 잡으려면 수개월은 기본이라 부모님이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1].

이렇게 대기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ADHD는 천식과 더불어 어린이와 청소년의 만성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입니다. 한국의 초등학생 중 5%가 ADHD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제대로 진단이 되지 않은 아이들을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ADHD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어릴 때 진단을 받지 못해 성인이 되어서야 진단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죠. ADHD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있고 적극적으로 검사하는 미국에선 어린이와 청소년 10명 중에 1명은 ADHD가 있다고 하니, 한국도 더욱 인식이 널리 퍼질수록 진단율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2].

이렇게 ADHD 환자가 많다 보니, 미국이나 한국이나 소아정신과에서 모든 ADHD 환자들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특히나 ADHD는 진단을 하기 위해 학교 선생님이 작성한 설문지가 필요해 번거로운 부분이 있고, 약물 용량을 매주 혹은 매 2주마다 미세하게 조절을 해야 돼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선 ADHD 진단과 1차적인 약물 치료를 소아과에서 담당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ADHD 약이 여러 개가 있지만 약 한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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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소아과 수련중인 전공의 박주얼입니다. 한국의 의료와 미국의 의료, 두 시스템 사이에서 느낀 점을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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