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길듯 끊기지 않는 인연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4/25
곤히 아침잠에 취해 있는데 카톡이 왔다.  딸 1이다
' 류선생이 엄마 전화번호 알려 달래요'

류선생은 내가 도예공방 할 때 강사로 일했었다.  첨엔 도자기를 배우고 싶다고 몇 번 찾아왔는데 워낙 성격이 좋고 손재주도 있어 직원으로 채용해 가르쳐 가며 강사로 함께 일하게 된 것이다.

그때 마침 도자기 체험학습 붐이 일어 봄 가을에는 예약이 밀릴 정도로 공방이 붐볐었다.
류선생과 나는 손발이 척척 맞았다. 둘 다 손이 빨라 인원이 웬만큼 많아도 거침없이 수업을 진행하고 마무리를 해냈다.
무엇보다 류선생이 있어 좋았던 건 까다롭고 별난 유치원. 어린이집. 미술학원 원장들을 모두 류선생이 대면해 얘기를 나누고 나는 뒷자리에 물러서 있어도 된다는 것이었다.
류선생은 성격이 나랑은 달라도 한참 달랐다.
사람 대하는게 항상 어렵고 껄꺼러운 나와는달리 사교적이고 활달한 성격이라 나의취약한 부분을 잘 커버해주는게 너무 다행이었다.
그리고 류선생은 작은 차를 가지고 있었기에 짐을 싣고 초등학교에 단체학습을 갈 수도 있었고 완성품을 배달해 줄 수도 있었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류선생과 함께라면 못할 수업이 없었고 두려울게 없었다.
우리는 환상의 커플이었다.

나는 류선생에게 내가 베풀 수 있는 한 베풀어 주려고 나름 애를 썼다.
류선생은 아이 둘을 데리고 사는 이혼녀였다. 어린이집에서 애가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퇴근을 하게 하고 봉급도 보험 넣는 날에 맞춰 앞당겨 지급하고 애들끼리만 집에 있지 않게 공방에 데리고 와 있게 했다. 친정식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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