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사망 뒤 시부 모신 12년, 이제 며느리는 독립한다
2023/11/22
시대마다 그 시대의 고유한 질병이 있다.
10여 년 전 독일 철학계를 강타한 한병철의 책 <피로사회>의 첫 문장이다. 저술의 뚜렷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첫 문장만큼은 문학적으로나 마케팅적으로나 강렬한 효과를 발휘했다 해도 좋겠다. 그건 이 문장이 말하는 바에 시대가 공명했다는 뜻이다. 언제나 명확한 시대의 특징이, 때로는 질병이라 부를 만큼 명확한 한계가, 동시에 어떤 미덕 또한 존재한다.
세상에서 그 문화며 삶의 방식이 급변한 나라로 한국만한 곳도 드물다. 일찍이 염상섭의 <삼대>가 구한말부터 일제치하에 이르는 삼대의 삶을 통하여 급변하는 시대상을 지적하기도 했다지만, 오늘날 변화의 속도를 보고 있자면 그 시대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가 아닌가 그런 생각에 이른다. 말하자면 이 시대 삼대의 이야기를 새로 쓴다면 눈 높은 염상섭이라도 고개를 끄덕일 밖에 없으리란 얘기다.
21세기에 새로 쓴 <삼대>를 보라
제10회 부천노동영화제가 선보인 <웰컴 투 X-월드>엔 삼대가 등장한다. 81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찍는 감독은 이 집의 손녀딸 한태의다. 영화의 주인공은 그녀의 엄마 최미경이다. 십여 년 전 남편을 사고로 잃은 뒤 집안을 책임져 온 며느리다. 감독의 오빠이기도 한 아들은 멀리 호주로 떠나 있는 상태로, 집엔 이들 모녀와 다른 한 명이 함께 살고 있다. 다름 아닌 감독의 할아버지가 되겠다.
특이한 점이라면 할아버지가 외조부가 아닌 친조부란 점이다. 말인즉슨 주인공 최미경은 남편이 떠난 뒤 시아버지를 모시며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시아버지에게 다른 자식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맏며느리기도 하거니와 본래 가족에 충실한 성향을 가진 미경이 자연스레 시부모를 모셔온 세월이 벌써 십 수 년이 되었다.
미경의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몇 년 전 갈라선 상태다. 늘 미경의 지지가 되어주었던 시어머니가 집을 따로 구해 나간 뒤로 미경은 집에서 시아버지를 챙기고 이따금 시어머니를 들여다보며...
10여 년 전 독일 철학계를 강타한 한병철의 책 <피로사회>의 첫 문장이다. 저술의 뚜렷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첫 문장만큼은 문학적으로나 마케팅적으로나 강렬한 효과를 발휘했다 해도 좋겠다. 그건 이 문장이 말하는 바에 시대가 공명했다는 뜻이다. 언제나 명확한 시대의 특징이, 때로는 질병이라 부를 만큼 명확한 한계가, 동시에 어떤 미덕 또한 존재한다.
세상에서 그 문화며 삶의 방식이 급변한 나라로 한국만한 곳도 드물다. 일찍이 염상섭의 <삼대>가 구한말부터 일제치하에 이르는 삼대의 삶을 통하여 급변하는 시대상을 지적하기도 했다지만, 오늘날 변화의 속도를 보고 있자면 그 시대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가 아닌가 그런 생각에 이른다. 말하자면 이 시대 삼대의 이야기를 새로 쓴다면 눈 높은 염상섭이라도 고개를 끄덕일 밖에 없으리란 얘기다.
21세기에 새로 쓴 <삼대>를 보라
제10회 부천노동영화제가 선보인 <웰컴 투 X-월드>엔 삼대가 등장한다. 81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찍는 감독은 이 집의 손녀딸 한태의다. 영화의 주인공은 그녀의 엄마 최미경이다. 십여 년 전 남편을 사고로 잃은 뒤 집안을 책임져 온 며느리다. 감독의 오빠이기도 한 아들은 멀리 호주로 떠나 있는 상태로, 집엔 이들 모녀와 다른 한 명이 함께 살고 있다. 다름 아닌 감독의 할아버지가 되겠다.
특이한 점이라면 할아버지가 외조부가 아닌 친조부란 점이다. 말인즉슨 주인공 최미경은 남편이 떠난 뒤 시아버지를 모시며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시아버지에게 다른 자식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맏며느리기도 하거니와 본래 가족에 충실한 성향을 가진 미경이 자연스레 시부모를 모셔온 세월이 벌써 십 수 년이 되었다.
미경의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몇 년 전 갈라선 상태다. 늘 미경의 지지가 되어주었던 시어머니가 집을 따로 구해 나간 뒤로 미경은 집에서 시아버지를 챙기고 이따금 시어머니를 들여다보며...
@개똥철학 글의 주제를 제대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통에 앞서 최소한의 이해가 필요한데도 그를 무시하고 제가 옳다는 견지에 서 제 생각만 말하는 이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 그런 여유가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september1 한국남성이란 표현을 몰이해라는 말과 같이 쓰시는군요. 무튼 저는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완전무결한 시대가 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보다는 그 가치를 알아주던 때가 있었으리란 이야기입니다.
"세대의 다름을 이해하고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 " 이 부분이 너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소통을 하기 위해서 먼저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 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름을 이해하고 그럴 수 밖에 없었음을 받아들이는 것 즉 이해하는 것 말이지요. 아니면 최소한 그들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주는 자세라고 표현하고 싶어지네요 뭔가를 얻어갑니다. 고맙습니다.
"세대의 다름을 이해하고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 " 이 부분이 너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소통을 하기 위해서 먼저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 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름을 이해하고 그럴 수 밖에 없었음을 받아들이는 것 즉 이해하는 것 말이지요. 아니면 최소한 그들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주는 자세라고 표현하고 싶어지네요 뭔가를 얻어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