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신중지권 박탈 판결은 미국 여성과 사법제도에 대한 모독이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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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9
By 뉴욕타임스 편집부
출처: Mark Peterson/Redux for The New York Times
각오하고 있었는데도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

역사상 처음으로, 미 연방대법원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인 존엄성과 자신의 신체에 대한 결정권을 포함하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박탈했다. 2022년 6월 24일부로 6천4백만 명에 달하는 가임기 미국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은 그들이 바로 이전 날까지 선택할 수 있었던 것보다, 그들의 어머니, 심지어 어떤 경우 그들의 할머니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것보다도 더 축소된다. 이것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와 ‘플랜트페어런트후드 대 케이시’ 판례 폐기에 따른 가장 중요한 결과이다.

이번 ‘돕스 대 잭슨 여성보건기구’ 사건 심리는 ‘로 앤 케이시’ 판례에서 인정한 임신중지 가능 시점인 태아의 독자 생존 가능 시기(약 23주)보다 훨씬 이른, 15주 이후의 대부분의 낙태를 금지한다는 미시시피 법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이다. 우파 성향 대법관들은 다수 의견에서 “이제 헌법을 세심하게 살피고 임신중지 문제에 대한 결정을 국민이 선출한 대표들에게 반환할 때”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가져올 파장은 참담할 것이고, 미국은 임신중지법을 둘러싼 격랑의 새 국면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데, 이 시기는 혼돈과 고난으로 얼룩질 것이다. 미국 전체 주의 절반인 약 25개 주에서 거의 모든 임신중지를 금지하거나 상당히 제한하는 법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많은 여성이 법에 의거해 강제로 임신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심지어 강간이나 근친상간의 결과인 경우도 해당한다. 특히 치료를 위해 임신중지를 해야 하는 임신 합병증인 산모의 경우나 임신중지가 합법인 다른 주로 원정을 갈 형편이 안 돼서 위험한 방법에 기대 임신중지를 하려는 산모의 경우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설령 원정 임신중지를 할 여력이 되더라도 형사 기소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 감옥에 갈 수도 있고, 여기에 관여한 의사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유산은 살인 혐의로 수사할 수 있는데 이미 여러 주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더 일반화되는 것뿐이다. 자신의 몸에 대한 전적인 권리가 없다면, 여성은 미국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기능할 힘을 잃을 것이다.

이 판결이 모욕적인 이유는 여성의 존엄과 평등을 안일하게 묵살해 버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수십 년간, 이 문제투성이인 주제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을 반영하며 균형을 잡아왔던, 잘 확립된 법적 기준을 공공연하게 거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국민 다수는 주 정부도, 연방 입법부도 아닌 여성이 전적인 또는 거의 모든 경우에 임신 중단 여부를 결정할 법적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게다가 미국인들은 수십 년간 지속돼 온 임신중지를 둘러싼 투쟁에 피로한 상태로, 이 투쟁은 사안에 대한 복잡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들과는 멀리 동떨어진 느낌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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