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뷰
신당역에서
"회사에 찾아올까 봐 직장을 관뒀어요"
2022/09/23
추모사가 빼곡히 붙어있는 추모의 벽 앞에 슬기 씨가 홀로 서 있다. 노란 포스트잇에 꾹꾹 눌러 적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서울교통공사, 다른 회사들도 다 개인정보 관리 똑바로 하라.” 포스트잇을 붙이고도 자리를 뜨지 못하는 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추적단불꽃 단으로 활동하는 원은지 alookso 에디터입니다. 잠시 시간 내주실 수 있을까요?”
슬기 씨는 나연 씨(가명)처럼(<”나는 스토킹 피해자입니다”> 참고) 신당역 근처에 산다. 신당역이 이렇게 큰 역이었나 새삼 놀랐다. 매일 지나가던 역인데 낯설게 느껴졌다. 또래 여성이 살해됐다는 감각 때문일까.
슬기 씨는 1년 넘게 항우울제를 복용했었다. 약 복용을 중단한 건 최근이다. 2년 전 직장에서 일로 만난 거래처 남성이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6개월 동안 슬기 씨를 살해 협박했다. 그때 기억이 신당역에서 다시 재생됐다. “피해자가 고소한 후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충격적이에요. 너무 슬픕니다… 저도 ‘협박죄’로 누군가를 고소한 적이 있어요. 고소한 후에 보복이 무서웠어요. 제 주소나 근무지가 알려지는 게 싫어서 직장을 그만뒀어요. 그런데 그분은(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이런 일을 당하셔서…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요”. 고통스러운 기억을, 슬기 씨는 천천히 씹어 말했다.
슬기 씨는 나연 씨(가명)처럼(<”나는 스토킹 피해자입니다”> 참고) 신당역 근처에 산다. 신당역이 이렇게 큰 역이었나 새삼 놀랐다. 매일 지나가던 역인데 낯설게 느껴졌다. 또래 여성이 살해됐다는 감각 때문일까.
슬기 씨는 1년 넘게 항우울제를 복용했었다. 약 복용을 중단한 건 최근이다. 2년 전 직장에서 일로 만난 거래처 남성이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6개월 동안 슬기 씨를 살해 협박했다. 그때 기억이 신당역에서 다시 재생됐다. “피해자가 고소한 후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충격적이에요. 너무 슬픕니다… 저도 ‘협박죄’로 누군가를 고소한 적이 있어요. 고소한 후에 보복이 무서웠어요. 제 주소나 근무지가 알려지는 게 싫어서 직장을 그만뒀어요. 그런데 그분은(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이런 일을 당하셔서…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요”. 고통스러운 기억을, 슬기 씨는 천천히 씹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