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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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에서

"나는 스토킹 피해자입니다"

‘스토킹 처벌법 반의사 불벌 조항 삭제, 스토킹 처벌법 강화, 스토킹 가해자 구속수사’라고 적힌 포스트잇이 신당역 10번 출구 추모 공간에 붙어 있다. 출처: alookso
나연 씨(가명)는 20대 여성이다. 그는 지금 신당역 여자화장실 추모 공간 앞에 서있다. 추모사가 붙어있는 벽에서 떼지 못하는 눈에 눈물이 고여있다. 구석에서 한참을 바라보다 추모 공간에 마련된 포스트잇에 추모사를 적어 내려갔다. “친구야 많이 무섭고 힘들었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너의 용기를 잊지 않을게. 더 이상 피해자가 죽어가는 세상, 가해자가 활개하는 사회가 방치되지 않도록 노력할게. 편히 쉬기를” 벽의 좌측 상단에 겨우 남은 빈 공간을 찾아내 붙였다. 9월 20일, 신당역의 한 장면이다.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추적단불꽃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미디어플랫폼 alookso의 에디터인 원은지입니다. 신당역 추모 공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신당역 2호선 개찰구 앞 복도에 마주 섰다. 이름도, 목소리도 밝히고 싶어하지 않은 그였기에 인터뷰는 익명으로 기록했다.

나연 씨는 신당역 근처에 산다. 처음에는 그저 살인 사건이라고만 알았다. 아버지는 나연 씨에게 “신당역에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전 직장 동료의 스토킹 살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건 좀 더 시간이 지난 뒤였다. 사실이 차츰 알려지던 그때를 떠올리던 나연 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예전에 저와 관련된… 제가 당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거예요”.

나연 씨는 스토킹 피해 경험자다. 그가 신당역의 피해자와 자신이 닮은 점을 꼽아봤다. 20대 후반이다, 매일 신당역을 지났다, 그리고 스토킹 피해를 입어 고통 받았다. 나연 씨는 과거 연인이 자신을 스토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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