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후유증
2022/04/25
아직도 그 후유증이 강하다.
더 이상 마음이 아파서 그저 가슴속에 담아두려고만 했는데... 이렇게라도 풀어야 마음이 평정을 찾을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녀석의 죽음이 오랜 시절 동생을 소환했다. 어찌 그리 닮았던가. 일곱 살 난 동생은 병을 앓은 지 3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엄마, 나 좀 살려주라'는 외침을 듣고도 의사의 병원비 요구에 병원비를 구하러 간 사이 병원에서 외롭게 삶을 마감했던 동생. 어머님은 평생 그 일을 입 밖에 내는 것을 꺼려하셨다. 당시 중학교 2학년 초, 겨울이 막 옷을 벗고 있는 개학 한 지 3일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후 정서적으로 민감한 사춘기 시절, 십 년 넘게 동생을 떠나보내지 못했다. 그때부터 인생에 관련된 책을 찾아 도대체 우리 인생이 왜 이리 불공평한지 그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누구는 100살이 넘도록 사는데 이제 일곱 살의 어린 삶을 왜 빼앗아 가는지 그것을 알고 싶었다. 이해하기도 힘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을 다섯 번 이상 읽었다. 책이 너덜너덜해졌다. 테이프로 표지 떨어지지 않게 붙이고 감고, 마치 그 책이 동생이라도 되는 양 애지중지하며 책 속에 파묻혔다. 하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세월이 흐르고 어머님은 그때를 조금 말씀하셨다.
너무나 안타깝고 의사에게 화도 나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올라왔다. 동생이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나는 그 어린 동생이 혼자서 앓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는 서울 작은아버지 댁 일 도와주러 가시고 할머니와 어머니만 남아 두 분 다 논에 일을 나가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동생의 상태를 보고 안타까워 그가 좋아하는 계란 프라이를 하나 만들어 그 앞에 내밀었다. 그 좋아하던 그것을 먹지 않고 돌아눕던 그 모습, 그리고 밤새 앓다 다음날 영원히 이별했던 아픈 추억의 시간들.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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