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의 시대, 윤석열 정부를 평하다] 16편 우리는 지금 '내전' 상태에 놓여 있다 : 한국에 사회계약이라는 게 존재하는가?

0. 제도는 결코 홀로 기능하지 않는다

 제도는 제도를 만들었다고 해서 잘 기능하지 않는다. 그것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운용할 행위자를 제도의 설계의도에 맞게 유도할 여러 문화적인 혹은 법제적인 기제들이 필요하다. 헌법적 질서 또한 마찬가지이다. 근대적 헌법을 만들어 두기만 하면 제대로 기능하는 게 아니다. 카를 마르크스는 1848~1852년의 프랑스 제2공화국의 역사를 개괄하며 "보통선거권"이 인민의 의사를 정치체에 반영하려는 의도와 달리 루이 보나파르트라는 독재자의 이해관계에 복무하고 인민을 '기만'하는 도구로 얼마나 자주 사용되었는지에 대해 한탄했다.

마르크스는 보통선거권이 "이제까지처럼 기만의 도구로부터 해방의 도구로 전화"되기 위해서는 "자립한 정당에 의해 조직된 생산계급 - 프롤레타리아트 - 의 혁명적 행동"이라는 제도 외적인 조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프롤레타리아 당 강령>, 편집부 역, 소나무, 1989, p.143) '혁명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분명 그는 19세기 중후반기, 민주적 공화정이 아직까지 군주제에 의해 억압되어 있을 시기에 이미 공화정이 기능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뒷받침할 행위자로서의 사회조직, 관습, 정치문화, 계급구조 등의 여러 조건들이 필요하다는 점을 통찰하였다. 마르크스가 보기에 그 조건 중 중요한 것이 바로 "자립적 정당에 의해 조직된 생산계급", 다시 말해서 시민사회 내에서의 조직화였다.

미국의 공화정은 이러한 문제를 '연방주의 논고'(알렉산더 해밀턴 외, <페더럴리스트>, 박찬표 역, 후마니타스, 2019)를 통해 해소한다. 소위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 of the United States)'의 일부 구성원들이 미국의 헌법을 통해 건설하려 하는 정치체제가 어떠한 철학, 동기 등에 기초하여 구상되었는가에 대해 직접 설명함으로써 이후의 미국 정치문화를 규정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건국의 아버지들'이 지닌 권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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