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의 시대, 윤석열 정부를 평하다] 16편 우리는 지금 '내전' 상태에 놓여 있다 : 한국에 사회계약이라는 게 존재하는가?
2023/09/24
0. 제도는 결코 홀로 기능하지 않는다
제도는 제도를 만들었다고 해서 잘 기능하지 않는다. 그것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운용할 행위자를 제도의 설계의도에 맞게 유도할 여러 문화적인 혹은 법제적인 기제들이 필요하다. 헌법적 질서 또한 마찬가지이다. 근대적 헌법을 만들어 두기만 하면 제대로 기능하는 게 아니다. 카를 마르크스는 1848~1852년의 프랑스 제2공화국의 역사를 개괄하며 "보통선거권"이 인민의 의사를 정치체에 반영하려는 의도와 달리 루이 보나파르트라는 독재자의 이해관계에 복무하고 인민을 '기만'하는 도구로 얼마나 자주 사용되었는지에 대해 한탄했다.
마르크스는 보통선거권이 "이제까지처럼 기만의 도구로부터 해방의 도구로 전화"되기 위해서는 "자립한 정당에 의해 조직된 생산계급 - 프롤레타리아트 - 의 혁명적 행동"이라는 제도 외적인 조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프롤레타리아 당 강령>, 편집부 역, 소나무, 1989, p.143) '혁명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분명 그는 19세기 중후반기, 민주적 공화정이 아직까지 군주제에 의해 억압되어 있을 시기에 이미 공화정이 기능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뒷받침할 행위자로서의 사회조직, 관습, 정치문화, 계급구조 등의 여러 조건들이 필요하다는 점을 통찰하였다. 마르크스가 보기에 그 조건 중 중요한 것이 바로 "자립적 정당에 의해 조직된 생산계급", 다시 말해서 시민사회 내에서의 조직화였다.
미국의 공화정은 이러한 문제를 '연방주의 논고'(알렉산더 해밀턴 외, <페더럴리스트>, 박찬표 역, 후마니타스, 2019)를 통해 해소한다. 소위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 of the United States)'의 일부 구성원들이 미국의 헌법을 통해 건설하려 하는 정치체제가 어떠한 철학, 동기 등에 기초하여 구상되었는가에 대해 직접 설명함으로써 이후의 미국 정치문화를 규정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건국의 아버지들'이 지닌 권위를...
@hanja977 별말씀을. 이해가 되신다니 기쁩니다 :)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평소 말씀하시던 한국 사회에서의 '권위'의 부재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Metrics 그런 의미의 '해체'라면 이미 글의 첫 부분에서 언급하지 않았나요? 제도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것의 운영에 필요한 여러 문화적, 주체적 조건 등을 필요로 하는데 개헌을 한다고 해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네요. 제6공화국도 삼김시대와 노무현 이후의 포퓰리즘적 정치의 시대의 차이가 크고요. 제가 보기에는 먼저 제6공화국 내에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이루는 게 우선인 듯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건에 의한 사회계약'을 종결시켜야 텍스트에 기초한 무언가를 할 수 있겠고 그 텍스트가 말씀하신 '제7공화국'의 헌법이 될 수도 있겠지요.
개헌이죠. 물론 과거 개헌이야기가 나온 시점과 현 정치제도 및 지지자들을 고려해볼 때, 안될 것 같지만요...
(지지율이 높으면 개헌 유인X, 지지율 낮을 때 개헌 -> 국면전환 카드로 치부)
@Metrics ‘해체’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사건에 의한 사회계약'이 "텍스트에 의한 사회계약"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87년 체제를 ‘해체’시켜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hanja977 별말씀을. 이해가 되신다니 기쁩니다 :)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평소 말씀하시던 한국 사회에서의 '권위'의 부재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Metrics 그런 의미의 '해체'라면 이미 글의 첫 부분에서 언급하지 않았나요? 제도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것의 운영에 필요한 여러 문화적, 주체적 조건 등을 필요로 하는데 개헌을 한다고 해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네요. 제6공화국도 삼김시대와 노무현 이후의 포퓰리즘적 정치의 시대의 차이가 크고요. 제가 보기에는 먼저 제6공화국 내에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이루는 게 우선인 듯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건에 의한 사회계약'을 종결시켜야 텍스트에 기초한 무언가를 할 수 있겠고 그 텍스트가 말씀하신 '제7공화국'의 헌법이 될 수도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