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하지 말라

펄케이
펄케이 · 경계에서 연결을 꿈꾸며 쓰는 사람
2023/03/13
남들에게는 미처 말하지 못하지만 내게도 나름대로 사람들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어떤 기준 같은 것이 있었다. 전적으로 나의 입장에 따라 정해진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주관적인 기준을 일종의 정의감 같은 것으로 포장하며 스스로 꽤 올바른 척하고 살아왔던 것 같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누군가 횡단보도 빨간불에 무단횡단을 하면 '교통신호를 지키는 건 사회의 합의에 의해 정해진 규칙이잖아.' 같은 생각을 하며 그들을 판단하곤 했다.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에게 "빨간 불이에요."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그 말을 하는 동안 정작 들어야 할 사람은 이미 저만치 길을 건너가 버린 적이 많았다.
   
   또 지하철 역사 10m 이내라던지 금연공원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들을 보며 "왜 저 사람들은 규칙을 지키지 않는 건가?" 하는 답답한 마음에 은근슬쩍 항의를 하기도 했다. 놀랍게도 돌아오는 건 사과가 아닌 욕설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럼 나는 '역시나 기본적인 예절을 모르네 ' 생각하며 애써 상한 마음을 달래곤 했다.

   도서관에서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해진 반납일을 지키지 않거나 책을 보다가 아무 데나 그냥 두고 가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속으로 '왜 자기가 읽은 책을 제자리에 정리하지 않지?' 하는 생각을 했다. 깔끔하게 정리된 서가에서 책을 빼다가 주변의 다른 책들이 흐트러지게 만들고는 그냥 아무렇게나 두고 가는 걸 보면 속에서 확 열불이 치밀어 올랐다.

   그렇게 나만의 기준을 법인 것처럼 생각하며 사람들의 행동과 태도를 하나하나 곱씹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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