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법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안수길, 김남천 그리고 카프카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9/14
《반다이나곤 에코토바(伴大納言絵詞)》에 묘사된 검비위사의 모습. 출처-위키피디아
 
1. 차이와 반복 - 안과 밖의 문학, 변용의 ‘文’‘法’ 
   
여기 법 앞에 세 사람이 서 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와 안수길(安壽吉) 그리고 김남천(金南天). 이들은 지금 법 앞에서 살인과 폭력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취조하고 있다. 법 앞에서 행해지고 있는 심문과 증언, 그리고 고백만으로 단출하게 채워져 있는 이들의 단편 소설 세 편은 모두 형식적으로 완연하게 닮아 있다. 류노스케의 「덤불속」(일본 교토, 1922)과 안수길의 「장」(만주 간도, 1936) 그리고 김남천의 「장날」(조선 평안도, 1939)은 각각 집필된 시기와 작품 속의 시ㆍ공간적 배경 역시 모두 다르지만 ‘검비위사’와 ‘사법주임’이라는 법을 집행하는 사람 앞에서 진술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각으로 이어 붙여 놓은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 세 작품 중 집필 시기가 가장 앞선 류노스케의 「덤불속」은 다른 두 작품의 원형적인 모델이 되었다. 류노스케의 작품을 읽고 영향을 받은 식민지 조선 작가들이 많다는 것은 그간 마치 기정 사실인 것처럼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져 왔다. 안수길의 「장」과 김남천의 「장날」 역시 류노스케의 「덤불속」의 형식과 구조를 그대로 모방한 것은 틀림없다. 김남천의 경우에는 「장날」 마지막 부분에 달려있는 ‘부기’를 통해 그 사실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附記 - 이 한篇을 芥川龍之介의 靈에 받히는 것은 내의 當然한 禮儀라고 생각한다」 
   
이 기록은 김남천이 류노스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芥川에게 활짝 홀리어 돌아갈 때 그가 자살을 하였다. 작가를 이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숭배해보긴 전무후무다”라고 말한 적 있는 김남천에게 「장날」은 류노스케의 영향을 드러내놓고 보여준 모방 작품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장날」은 김남천이 류노스케...
강부원
강부원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172
팔로워 2.2K
팔로잉 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