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 100인치 스마트 티븨 앞에서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09/04

 
 
 7월 한 낮, 찌는 듯한 더위. 좋은 사운드 시스템을 갖추고 싶다는, 오직 그 욕망 때문에 공사판에서 지게에 벽돌을 지고 계단을 올랐다. 단계 단계, 계단을 오를 때마다 한 땀 한 땀, 땀이 흘러넘쳤다. 오늘 내가 흘린 땀'이 보다 좋은 사운드를 만들기 위한 디딤돌이 되리라. 지옥에서 보낸 한철이 지나자, 품을 팔아 삯을 모은 돈으로 꽤 근사한 오디오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다.  처음 열린 청음회 날, 스티븐 스필버그의 << 라이언 일병 구하기 >> 를 관람했다. 극장용 5채널 돌비 써어 ~ 라운드 스피커가 전후 좌우에서 지원 사격을 하자 " 싸운드의 쓰빽따끌한 입체적 효과음 " 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하울링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고음 파트와 중저음에서 발생하는 파동 에너지에서 오는 박력은 명불허전이었다. 이것이 바로 우, 우우우        웅장한 사운드의 힘이로구나 !  
하지만 이 만족감은 이내 무너졌다. 일반 가정집 거실에서,  그것도 깊은 밤에 극장용 사운드 출력으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이웃 간 소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한 까닭이다. 이 분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소리를 최대한 줄이거나 헤드폰를 끼고 듣거나 !  그것은 마치 차안에서 라디오 스피커를 켜 놓고 자동차 극장 스크린을 보는 것과 같았다. 비싼 돈을 투자해서 장만한 스피커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  이러려고 땡볕 아래 지게를 지었나 하는 자괴감에 팔공산 뻐꾸기처럼 울었다. 뻐꾹, 뻐꾹, 뻐어어어꾹. 좋은 관람 환경은 좋은 출력 시설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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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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