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빌라왕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4/24
최악의 집 최악의 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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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아내는 고민이 많았다. 학군대로 가면 갈 수 있는 학교는 그 이름이 나쁜 쪽으로 드높았고, 거기서 내신으로 승부하느냐 아니면 학군을 옮기느냐를 두고 몇날 몇일 머리를 싸맸다.  끙끙대던 아내가  아내가 결정을 했다. 이사가자.  (내 의사? 별로 중요하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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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3 여름방학 무렵이었으니 빨리 집을 알아봐야 했다. 부랴부랴 오목교 넘어 목동의 집 전세를 알아보러 다녔다. 목동 아파트 단지 쪽은 집도 낡은 주제에 왜 그렇게 전세가 비쌌는지 모르겠다. 영등포 주민 기가 죽을 만큼 전세값이 비쌌다. 그래도 오목교와 신정교 사이 아파트들이 한결 나아서 그 중 한 아파트 전세를 눈여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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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구경을 갔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살고 있던 아주머니가 우리를 안쓰럽게 보는 빛이 역력했던 것이다. “급하시구나...... 네에.....” 솔직히 집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동향이었는데 창문에는 뽁뽁이가 그득 붙어 있었고, 언제 물이 들이쳤는지 거실 창문쪽 바닥이 검게 변해 있었다. 그래도 여기를 놓친다면 다른 집은 기약이 없다 싶어서 계약을 하자 했고 주인 여자가 납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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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관상이나 인상을 그다지 믿지 않는다. 워낙 그 외모에 배신당한 적이 많기 때문이다. 첫인상이 별로인데 진국이었던 사람도 흔하고 처음엔 천사같던 사람이 나중엔 뿔과 꼬리를 드러낸 적도 많았다. 그런데 이 주인 여자는 첫눈에 ‘천박함’이 넘치는 게 보였다. 은행 간부라는 남편은 점잖은데 이 여자는 얼굴이나 말이나 그저 돈독 오른 아줌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자기가 빌라 수십 채를 가지고 있다는 자랑을 늘어놓으면서 바닥 수리를 꼭 해줘야겠냐고 묻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계약서에 자기가 쓰던 책상과 책꽂이를 굳이 ‘보관’한다는 조항을 넣으라는 데서는 나도 좀 꼭지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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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가십시오. 그걸 왜 저희가 보관합니까.” 
“아 지금 저희 집이 좁아서. 먼저 살던 분도 그냥 갖고 계셨는데.” 
“저희 집도 살...
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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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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