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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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왜?

뇌전증은 어떻게 극복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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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8
에디터 노트
뇌전증이라는 이름을 낯설게 느끼는 분도 많습니다. 과거에 '간질' 등으로 불렸던 병이지만, 더 정확한 원인을 반영한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존에는 이 질병에 대해 편견을 갖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관리 가능하고, 치료도 할 수 있는 병이라고 의약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여기에는 병을 다스리고 고치는 치료제의 역할이 컸습니다. 이 분야 유일한 신약은 국내에서 개발했는데요. 개발의 주역,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은 뇌전증에 대한 질병 인식을 바꿀 때라고 말합니다. 혹시라도 마음 한 구석에 편견이 남아 있다면, 조 사장이 직접 쓴 글을 읽고 지워보면 어떨까요.


뇌전증(腦電症, EPILEPSY)은 뇌에서 전기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병이다. 영어 이름은 ‘외부’라는 뜻의epi-와, ‘잡히다’라는 뜻의 lepsy로 이뤄졌다. 환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외부 악령에 사로잡히는 증상’으로 해석됐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인류와 함께 한 아주 오래 된 질병으로, 한국에서는 ‘지랄병’, ‘간질’이라고 불리다, 편견과 차별을 피하기 위해 ‘뇌전증’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BOX 1).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세계 뇌전증 환자수는 약 5000만 명에 달한다[1]. 국내 뇌전증 진료 인원은 2018년 기준 29만7600 명이다. 그럼에도 주변에서 좀처럼 뇌전증 환자를 보기 힘들다. 다른 선진국과 비슷하게 발병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고, 갈수록 다양한 약물이 개발되며 치료법이 좋아져 대부분 증상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자 스스로 뇌전증 약물을 복용하고 있음을 절대로 밝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착시라는 해석도 있다.
 
소크라테스, 줄리어스 시저, 알렉산더 대왕, 사도 바울, 베토벤, 나폴레옹 황제, 도스토예프스키, 단테, 노벨, 고흐, 에디슨 등 모든 분야의 위인이 앓던 질병이다. 하지만 한국의 위인 가운데에는 알려진 기록이 없다. 이름의 유래에서 보듯 귀신이나 악령이 씐 사람으로 취급되는 편견과 차별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환자 스스로 주변 사람을 꺼리고 사회적 고립을 택하는 등 힘든 세월을 보냈기 때문이라 짐작된다.

[그림1] 뇌전증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에 의해 일어난다. 치료제는 글루타메이트 농도는 줄이는 방향으로, GABA 농도는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사도 바울, 소크라테스, 나폴레옹, 도스토예프스키도 앓던 병

예수의 설교를 하나의 신학체계로 집대성해 오늘날의 기독교를 정립한 사도 바울을 예로 들어보자. 데이비드 랜드버로우는 사도 바울이 측두엽 뇌전증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2]. 바울의 눈에만 보인 섬광과 “제 몸의 가시(thorn)를 물리칠 수 있는 힘을 갈구했다”라는 증언을, 중세의 신학자들은 성흔에 대한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당시 그런 강도의 광원을 사용하던 시기가 아니었기에 본인에게 발생한 측두엽 뇌전증에서 오는 경련에 의한 착시였을 것이라는 현대적인 해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이 저술한 ‘소크라테스의 죽음’에서 뇌전증 증상인 환자가 간헐적으로 느끼는 예지감을 증언했다. 로마제국의 황제로 등극한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유럽을 제패한 나폴레옹 황제도 뇌전증을 앓는 지도자였다. 죄와 벌의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도 뇌전증 환자로 글에서 뇌전증 환자의 이야기를 여러번 언급했다. 
 
역사를 밝힌 수많은 위인이 뇌전증 환자였다고 해서, 뇌전증이 이들의 업적과 어떤 연관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위인이 중요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뇌전증을 알았음에도 특별히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명확하다.
 
 

관리 가능한 질환…함께 사는 사회로 발전해야

반면 과거 한국에서는 뇌전증을 ‘지랄병’으로 불렀다. 신라시대 기록에서도 보이는 표현이다. 환자가 쓰러져 발작, 경련하는 모습이 ‘지랄’로 오랜 기간 인식된 데다, 외부 악령에 휩싸인 모습이라는 잘못된 해석과 오해가 쌓이면서 속된 표현으로 변질돼 왔다. 동의보감, 의림촬요, 본초강목에는 ‘전간(癲癎)’이라고 기록돼 있는데, 전은정신착란병, 간은발작성정신질병을 의미했다. 질병명은 점차 간질이라는 용어로 바뀌어 사용됐고, 2009년 6월 대한간질학회에서 용어를 뇌전증으로 변경했다. 용어는 변경됐으나 명명법 이외에는 바뀐 것이 없으며 진단과 치료에도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 간질, 지랄, 뇌전증은 수천 년 같은 증상을 보인 질병을 일컫는 말인데, 지금은 전혀 다른 말처럼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뇌전증은 과거부터 비교적 흔하게 잘 알려져 있는 질환이고,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발작 또는 경련 증상 발생 시간 이외에는 다른 일상 생활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 병 자체를 무조건 심각한 장애로 인식하는 오늘날 한국의 인식이 오히려 로마시대보다도 뒤떨어져 있는 듯한 부끄러움도 느낀다.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뇌전증과 관련한 아주 모범적인 에피소드가 방송된 적이 있다. 주인공 덕선의 짝인 반장이 갑자기 발작을 시작하자 덕선이 곧 응급처치를 하고, 교실의 문을 닫아 노출을 최소화한다. 담임선생님과 반장의 엄마가 덕선에게 발작 시 대처하는 법을 미리 알려 준 덕분이었다. 반장은 친구들이 자신의 병을 알게 된 것을 걱정하며 양호실에서 눈물을 흘렸는데, 현대 뇌전증 환자의 모습이다. 그러나, 교실에 돌아오니 친구들은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대하면서 도시락을 꺼내 함께 식사했다. 덕선이 배운 응급 상황에 대한 훌륭한 대처, 평소처럼 의연하게 행동하는 환자의 모습, 또 편견 없이 환자를 대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우리 사회가 뇌전증 환자들과 함께 살아 가는 전형적인 모습이 되기 바란다.
 
 

뇌 신경전달물질의 역할과 뇌전증

뇌전증은 ‘이유 없는 발작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적인 신경질환’이라 정의된다. 대뇌 피질에서의 비정상적이고 강렬한 흥분이 발작의 원인이 되며, 발작의 길이와 주기는 다양하다.
 
뇌는 척수와 함께 우리 몸의 중추신경계를 이루는 기관으로 신체 각 부분을 지휘한다. 크게 대뇌, 소뇌와 뇌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끊임없이 정보를 교환해 역할을 수행한다. 생각하는 대뇌는 사고와 언어, 감정과 기억 등 고등한 정신 활동을 담당하며, 운동하는 소뇌는 대뇌가 내린 운동 지시를 수행한다. 생명을 유지하는 뇌간은 대뇌와 척수를 연결하며 호흡과 소화, 혈액 순환 등의 생명 유지 기능을 담당한다. 즉, 뇌는 생명유지를 위해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 조절하며, 잠시도 쉴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그러면 뇌는 이 많고 복잡한 모든 기능을 어떻게 조절할까
 
이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 뇌의 통신작용을 이해해야 한다. 뇌는 뉴런이라는 신경세포 약 1000억 개로 구성돼 있고, 뉴런과 뉴런 사이는 시냅스로 연결된다. 시냅스를 통해 신경전달물질이 이동, 교환되면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나의 뉴런 말단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면 다음 뉴런의 수용체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전달한다. 이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60가지 이상 밝혀져 있다. 아드레날린은 동물적 본능에 관여하고, 세로토닌, 도파민, 엔돌핀, 노르아드레날린은 감정 작용에 관여한다. 아세틸콜린, 글루타메이트, GABA는 이성적 활동에 관여한다 (표 1).
[표 1] 대표적인 신경전달 물질과 기능, 연관 질병.


GABA와 글루타메이트 조절 이상과 뇌전증

뇌전증은 발병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 뇌의 손상을 유발하는 모든질환이 GABA와 글루타메이트의 생성과 작용에 혼란을 주고, 결과적으로 뇌전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GABA는 뇌의 주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로 중추 신경계의 신경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양이 증가하면 정신 집중과 이완을 개선하는 반면, 낮으면 불안을 유발할 수 있고, 뇌전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림 2).
[그림 2] GABA는 뇌의 주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로 중추 신경계의 신경을 진정시킨다. 양이 증가하면 정신 집중과 이완을 개선하는 반면, 낮으면 불안을 유발할 수 있고, 뇌전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뇌에서 가장 흔한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는 학습과 기억 같은 인지 기능에 관여하며, 신경의 발달과 생성을 조절한다. 글루타메이트는 뇌 손상이나 뇌졸중으로 과잉 생성되면 뇌세포를 죽일 수 있고, 허혈성 뇌졸중(ischemic stroke)이나 뇌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릴 때 겪은 사고 또는 뇌염, 뇌수막염 등 질병에 의해 발병할 수도 있지만, 노화에 의한 뇌전증 발병도 늘고 있다. 50~60대에 뇌졸중을 겪으면 이에 따른 뇌 손상으로 뇌전증이 생길 수 있고, 70~80대면 특별한 사고 없이도 뇌의 퇴행으로 발작이 발생할 수 있다. 뇌 손상, 뇌졸중, 뇌종양, 감염, 선천성 장애에 의한 뇌전증 발병기전도 상세히 연구돼 있다. 다만 뇌 손상이 있다고 무조건 뇌전증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발생 시기를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런 다양한 요인은 뇌전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위험인자로 볼 수 있다. 
 
 

뇌전증의 증상

뇌전증은 발작(convulsion)과 경련(seizure)을 동반한다. 경련이란 뇌의 비정상적인 전기파(epileptiform discharge)에 의해 발생하는 전체 현상을 의미한다. 전신이 굳으면서 반복적이며 급작스러운 규칙적 운동을 보이는 전신근간대성경련 같은 과운동성 증상 외에도 감각장애, 시야장애, 의식소실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경련 중에서 비자발적 움직임 등의 운동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발작이라고 부른다. 
 
뇌전증은 경련이 반복적이고 만성적인 질환으로 고착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환자에 따라 일 년에 수 회부터 하루에 수백 회까지 발작의 고통을 겪는다. 2차적인 원인에 의해 일회성으로 발생한 경련, 예를 들어 고혈당, 요독증, 간성혼수 등 심한 대사성 장애에 의해 발생하는 경련은 대사성 장애가 교정되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에 뇌전증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뇌전증은 부분발작, 전신발작, 원인을 모르는 특발성발작으로 정의된다. 발작을 일으키는 원인이 뇌의 한 부분에만 있는 단순 부분발작(simple partial seizure)은 의식이 유지되고 발병 부위에 따라 운동, 감각, 정신증상 등 다양한 증상이 보인다. 복합 부분발작(complex partial seizure)의 경우 의식소실, 의도가 확실하지 않은 반복적 행동,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응시하거나 입맛을 다시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발작을 일으키는 전기방전이 뇌의 전체에서 발생할 때 전신발작이라고 진단한다. 주로 5~10세 소아에게서 발생하는 소발작(absence seizure)은 몸의 경련없이 멍한 상태로 정신이 없는 상태가 30초 미만으로 일어나고, 기억을 못하고 직전에 하던 행동이나 상황으로 다시 돌아오는 증상이 나타난다. 일반인이 흔히 뇌전증 발작으로 기억하는 대발작 혹은 전신강직간대발작(general tonic clonic seizure)은 전신발작 가운데 가장 흔하고 익숙한 발작의 형태로, 사지강직이 시작되고(tonic), 이후 대칭적이고 주기적인 사지의 경련이 나타나며(clonic), 2~5분간 지속된다. 근육 강직 후 실금, 실변의 가능성도 있다.
 
환자는 살면서 많은 위험에 노출되거나, 흔치는 않지만 SUDEP(Sudden Unexpected Death in Epilepsy) 이 발생하기도 한다. 환자 추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경련이 사라진 환자가 여전히 경련을 경험하는 환자에 비해 교육 기회는 1.6배, 고용 기회는 1.7배 높다. 적절한 치료가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음이 분명하다 (그림 3). 
[그림 3] 뇌전증 경련의 위험성.

만약 발작이 진행되는 환자를 보았을 때 응급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BOX 2). 



뇌전증은 어떻게 치료할까

뇌전증(간질) 치료는크게약물치료와수술치료로구분된다. 뇌전증 환자 10명중 7명은약으로 발작을 조절할 수 있다. 흥분과 억제 사이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특정 신경전달물질 시스템을 표적으로 하는 항간질성 약물(AED, antiepilectic drug)치료가우선시된다. 1959년 로쉐가 디아제팜(Diazepam)을 개발한 이후, 라코사마이드(Lacosamide), 레베티라세탐(Levetiracetam), 토피라메이트(Topiramate) 등 블록버스터 20여 종의 치료제가 개발됐다. 현재는 특허가 만료된 일반약품(Generics)이다. 필자가 SK와 개발한 세노바메이트(Cenobamate, Xcopri)가 유일한 신약으로 사용되고 있다. 2023년 말  사용 환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섰다(XCOPRI Dosing, Titration, & Administration | XCOPRI® (cenobamate tablets) HCP (xcoprihcp.com)).
 
뇌전증은 신경 전달물질의 조절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질환으로, 이를 이해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면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GABA 향상 약물은 억제성 신경전달을 증가시키고 발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글루타메이트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물은 뇌의 과도한 흥분 활동을 감소시킴으로써 발작의 빈도를 조절하는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다. 
 
아래 표 2에서 보듯 다양한 작용기전의 치료제가 있기 때문에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통해 뇌전증발작의종류와 증상에따라 적절한 약물을 선택해야 한다. 초기치료는보통한가지의 치료제(Mono therapy)로시작해치료반응에따라적절한복용량을결정한다. 약효에 따라 필요시 점차복용량을늘리거나 줄여 가게 되며, 최대용량까지증량해복용해도만족스러운효과를얻지못한다면약물의작용기전이다른 치료제로 바꾸거나 다른 치료제를 병용해(Add-on therapy)치료한다. 적절한치료제는뇌전증의형태, 환자의나이, 동반된질환, 다른 치료제와의약물상호작용 등을고려해선택해야 한다. 특히모든항경련치료제는부작용이있기 때문에 관련 지식을갖추고있어야 한다. 환자는 만성질환인 경우가 많아 오랜기간 다양한 약을 복용하면서 가질 수 있는 약물간의 상호작용, 약물 자체의 부작용이나과민반응에 노출돼 있다. 문제가발생하면바로주치의에게진료받아야 한다. 
 
 

뇌전증 치료제: 항경련제

약물 치료의 목표는 오랜 기간 특별한 부작용 없이 발작 빈도와 횟수를 감소시키는 등 증상을 조절하는 데 있다. 따라서 약물 선정은 효과와 안전성을 모두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한 가지 약물로 발작의 증상이 충분히 조절되지 못할 때는 새로운 약물을 추가하거나 다른 약물로 교체하게 되는데, 환자에 따라 적절한 치료 방법을 다르게 가져 갈 수 있다. 약으로조절되는 환자 중 상당수는 2~5년정도약물치료후에약을끊어도경련이재발되지않는다. 하지만 나머지 환자는 약을끊으면경련이재발하므로오랜기간항경련제를복용해야 한다. 소아는 보통 2년 동안 뇌전증 발작이 없을 때, 성인은 3년 뇌전증 발작이 없을 때 치료제 투여를 중단한다. 다만 성인은 교육, 사회 활동 및 운전 등에서 언제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제 투여 중지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충분한 검토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치료제 투약 중지 후, 소아의 약 30%, 성인은 약 40~50% 정도에서 뇌전증 발작이 재발한다.
 
 

뇌전증치료제(항경련제) 개발

20세기 초부터 사용된 페노바르비탈(Phenobarbital)부터 가장 최근에 개발된 신약 세노바메이트까지 20종이 넘는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다. 치료제 선택의 폭이 늘면서 미국신경과학회(AAN)와 뇌전증학회(AES)는 2003~ 2015년까지 발표된 약의 약효와 안전성 연구를 종합해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오랜 기간 사용돼 약효와 안전성 및 상호작용 자료가 충분한 뇌전증 치료제 위주로 작성돼 보수적인 접근 방법을 적용한 내용이다 (표 2). 
 
1세대 치료제는 1960~1970년대부터 많이 사용해온 페니토인(Phenytoin), 발프로에이트(Valproate) 등 6종, 1990년대 이후 개발된 라모트리진(Lamotrigine), 레베티라세탐(Levetiracetam), 토피라메이트 등의 2세대 뇌전증 치료제가 지정돼 있다. 이 약물들은 누적된 환자 데이터가 많아져 새롭게 부분발작이 나타난 환자에게 단일요법으로 투약할 수 있는 치료제로 권고됐다.
 
3세대 뇌전증 치료제에는 라코사마이드(Lacosamide), 페람파넬, 프레가발린(Pregabalin) 등이 있다.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약30%의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 대한 치료에 1, 2세대 뇌전증 치료제보다 개선된 3세대 치료제가 기존 치료제와 함께 병용 투약하게 됐다. 
 
[표2] 뇌전증 치료제의 미국 판매승인 연도 및 작용기전.

뇌전증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관리가 가능한 질환…함께 사는 사회로 발전해야

뇌전증이 불치병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오랜 기간 약 1%의 인구에게 발병하는 잘 알려져 있는 질환이고, 간헐적으로 발작 또는 경련 증상이 발생하는 시간 외에는, 환자에 따라 증상의 경중은 있으나, 일상생활에서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훨씬 많다. 뇌전증 자체를 무조건 심각한 장애로 인식하는 현재 우리의 인식개선을 위해 다양한 질병 이해 활동(Epilepsy Awareness)이 필요하다 (그림 5). 다양한 진단 기술이 발달하고 유전자 분석 방법이 개발됐으며 다양한 연구 결과가 축적됐다. 이제 뇌전증은 세밀하게 분류할 수 있고, 각 뇌전증에 대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시대가 됐다.
[그림 5] 뇌전증에 대한 질병 이해 활동을 통해,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아무런 거리감 없이 함께 사는 사회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


뇌전증은 평생 괴로워하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천형의 질환이 아니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간헐적으로 보이는 증상을 치료하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질환, 그리고 맞춤형 의학으로 최상의 치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관리 가능한 질환이 되고 있다. 뇌전증에 대한 질병 이해 활동을 꾸준히 해, 모든 사람들이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쉽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이 바뀌길 기대한다. 이를 통해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아무런 거리감 없이 함께 사는 사회로 발전해 나가기 바란다.



글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
그림 신인철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기획 사단법인 집현네트워크
시리즈 기획 강봉균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 공동 연구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박형주 한국뇌연구원 책임연구원
편집 윤신영 alookso 에디터


이 프로그램은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운영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성과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저소득 소외계층의 복지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지식기반 사회를 향한 과학자·전문가 단체입니다. 상호 교류를 통해 지식을 집산·축적하는 집단지혜를 추구합니다. alookso와 네이버를 통해 매주 신종 감염병, 기후위기, 탄소중립, 마이크로비옴을 상세 해설하는 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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