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다루는 사람의 마음 : 배움의 발견(2020)

김터울
김터울 · 연구자, 활동가, 게이/퀴어.
2023/07/28
86년생 여자가 쓴 책이다. 책의 1부는 19세기 말엽 얘기인가 싶지만 놀랍게도 90~00년대 미국이 배경이다. 그냥 모르몬 교도라기엔 내가 볼 때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간, 모든 현대 의학과 교육을 거부하는 사이비종교 가족에게서 힘겹게 탈출한 출애굽의 서사다. 미셸 푸코의 제자 자크 동즐로는 1977년 <가족의 감호The Policing of Families>란 책을 썼고, 장애여성공감에서 기획해 2020년 출간한 <시설사회>의 골자는 기존의 수용시설뿐 아니라 집 역시 누군가에겐 시설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까닭에 나는 가족묘를 싫어한다. 그것은 나에게 생전의 아름다운 목가적 가정의 구현이기는커녕 원가족의 통치와 감호에서 죽어서도 벗어나지 못한 증거로 읽힌다. 원가족이 구성원에게 구사하는 감호정치의 가장 악독한 점은, 그들이 오로지 누군가를 돌보고 있다는 느낌을 얻기 위해 그 누군가를 끝내 돌보아 마땅할 존재로 남겨둔다는 것이다. 

2부는 그런 가정환경 속에서 겨우 대학에 진학해 거기서 경험하는 문화 지체 현상에 대한 내용이다. 이 서사는 서울로 상경해 지금껏 이곳에 머무는 내게 익숙한 것이다. 과거 한국의 교육열은 대개 여기 이곳이 아닌 다른 세상으로 가고 싶음에 대한 지향이었고, 거기서 좀더 집안이 좋거나 머리가 굵을 경우 그렇게 가야할 다른 세상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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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을 묻다』(숨쉬는책공장,2015), 『세상과 은둔 사이』(오월의봄,2021), 『불처벌』(휴머니스트,2022,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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