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크리스마스 ㅣ 군산을 떠나며......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11/10

영화 <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 를 보다가 문득 여행이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무작정 동서울 터미널로 향했다. 군산행 티켓을 끊었다. 이유는 없다. 군산 터미널에 내렸을 때, < 군산 > 이라는 도시에 대한 내 첫인상은 꾀죄죄죄죄'였다. 한여름 평일 오후여서 거리에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아무 생각없이 걷다 보니 추레한 저잣거리'가 나왔다. 첫눈에 이곳이 옛 시내 중심가'였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문을 닫은 나이트클럽과 방석집들이 곳곳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한때는 번성했으리라. 계속 걸으니 작은 시장'이 나왔다. 가게가 대여섯 개 정도 붙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가게 유리에 선팅을 해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지만 옥외 간판에는 모두 " 안주일절 " 이라거나 " 안주일체 " 라는 간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술집인 모양이었다.
 
입간판을 보고 있자니 피식 웃음이 났다. 누구는 < 一切 > 을 " 일절 " 이라고 하고 누구는 " 일체 " 라고 하니 말이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 切 > 는 끊을 절'이라는 뜻과 함께 온통 체'라는 뜻도 가지고 있는 한자다. 하지만 뜻은 정반대'다. < 안주일체 > 는 온갖 안주'를 구비했다는 뜻이고, < 안주일절 > 에서 일절'은 " 아주, 전혀, 절대로의 뜻으로, 흔히 사물을 부인하거나 행위를 금지할 때에 쓰는 말(네이버 국어사전) " 이므로 안줏거리가 일절 없다는 소리'다. 혼자 찌질하게 웃었다. 웃을 때마다 치질에 걸린 괄약근이 욱씬거렸다. 눈에 띄는 점은 가게마다 얼음맥주'라는 현수막을 걸었다는 점이다. 여름 한철에만 사용하는 것이 분명했다. 맥주면 맥주이지 얼음맥주는 무슨 뜻일까 ? 미지근한 맥주를 파는 데도 있었던가 ?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안주일절이라고 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당혹스러웠다. 맥주집이라기보다는 공사장 인부들 밥을 해주는 함바 집과 비슷했다. 벽에는 으레 D컵 가슴을 가진 비키니 차림의 여성 사진이 있는 달력이 걸려 있었다. 달력 속 비키니 여자는 내게 " 식욕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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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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