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렜다, 의심했다, 무서웠다, 죄송했다

미미패밀리
미미패밀리 · 한 아이의 아빠이자 고양이 형아입니다
2023/08/16
나는 가끔 당근을 한다. 보통은 당근에서 내가 필요한 물건을 사기보단 필요없는 물건을 싼값에 팔거나 무료로 나누어주곤한다.
나의 첫 당근 품목은 커피머신이었다. 결혼전 아내가 소유하고있던 물건이었는데 단 한 번도 쓰는 모습을 본 적에 없어 팔게되었다.

나의 아내는 같은 물건도 종류별로 여러개를 구매하는 습성(?)이 있다. 물건의 종류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소모품을 제외한 수명이 긴 물건의 경우 보통 딱 필요한 최소한의 수량만을 구비해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휴지나 샴푸, 치약같은 사용횟수가 제한되어있거나 소모속도가 빠른 물건들에 대해서만 여러개 구매해서 저장해놓는다.
하지만 아내는 커피머신이라도 디자인별로, 브랜드별로, 머신종류별로 해서 여러대를 가지고있었다.
그 중에 실제로 사용하는건 두 대 정도였고 내가 안 쓰는 머신들을 중고로 팔자고 했을 때 아내는 반대했다. 이유는 장식용으로 두기위해서였다.
결국 장식용 몇 대를 제외하고 한 대만 팔게 되었다.

첫 당근 거래는 너무 쉬웠다. 구매자는 여자였고 메세지를 할 때의 말투도 상냥했다. 그리고 우리집 앞까지와서 거래하겠다고했다.
당근에서는 구매자가 갑이 아니라 판매자가 갑인듯한 생각마저들었다.
나도 모르게 우쭐함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고 집얖으로 오시는 대신 가격을 더 빼주기로했다.
그런데 아무 의심도 없고 쉬워보였던 나의 생각과는 달리 구매자는 의심과 두려움이 있었던 듯 싶다.
거래장소에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과 동행했고 나와 구매자가 대화를 하는 와중에 아버지는 뒤에서 의심의 눈초리로 물건과 나를 따갑게 감시하고 있었다.
구매자는 그런 아버지를 등에 지고 쿨한 거래를 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나의 첫 당근 거래는 너무 싸게 판매를 했다는 아쉬움과 의심을 받았다는 찜찜함은 있었지만 대체로 안전하고 깔끔한 거래였다.

설렜다
이후에도 난 식탁, 홀로그램 테이블, 문화상품권, 에어컨, 셔큘레이터 등을 판매했다. 모두 평균 시세보다 싸게 판매했고 구매자들도 만족하며 가져갔다.
이 중 사기를 당한 문화상품권만 제외하면 모두 성공적인 거...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