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와 피아노 #16. 장애가 자유로 수렴하는 시공간
2024/03/21
두 눈을 부릅뜨고 도사려도 실수를 피하기 어려울 만큼 조금만 잘못 건드리면 적어도 어디 한 군데에서는 꼭 터지고 말 지뢰밭인 양, 도약이 심한 위험 지대가 연주를 하는 곳곳에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 그래도 우선한 이유라면 이유랄까. 건반에서 빠른 템포로 두 옥타브나 되는 간격을 넘나들어도 예사(더 먼 도약도 나오므로)라는 듯한 악보를 보노라면, 그리고 게다가 그건 어려운 패시지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인식이 더해지면, 정말 사람이 치라고 만든 곡인가 싶게 소름이 바짝 돋는다. 그만큼 물리적 시야가 (다는 아니어도) 결정적으로 중요한 곡이며, 실수할 확률이 높아 무대에서는 아무래도 꺼리기 쉽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작품이, 선천적인 시각 장애로 태어날 때부터 앞을 전혀 못 보는 연주자의 독주회 무대에서 마지막 앙코르로 선곡되었으니, 이 곡의 음이 하나둘 울려 퍼지기 시작하면서 청중 사이에서 흘러나온 고도로 융복합적인 탄성은 이날 무대의 경이를 넘은 경의를 넘은 경외의 반응이다. 당연히, 전적으로 순수한 감동과 희망의 전언이기도 했다. 그냥 평범한 프로페셔널 연주자의, 아마추어는 더더욱 아닌, 이야기다. 그 가운데서도 최상의 반열에 오른 경우다. 클래식을 안 들어도 모르면 간첩이라 할 정도로 팬덤을 형성한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우승한 대회에서 13년 앞서 동일한 위상을 인정받은 이후 꾸준히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는 일본의 명연주자이자 작곡가가 그 주인공이다.
건반을 어느 정도 다뤄본 경험자라면...
과학기술인 시민단체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는 과학적 사고와 합리성이 한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및 문화 활동을 전개하고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한국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일에 동참합니다.
베토벤 월광을 들어봤습니다. 몽환적으로 시작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xM_1DcLhcA
베토벤 월광을 들어봤습니다. 몽환적으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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