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하루
어제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하던 일도 잘 풀려가고, 새로운 기회도 잘 진행되고 있다. 예기치 않은 보상도 받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도 반가웠다.
그래서 그런지 아님, 푹 잘 자고, 아침에 시원하게 볼 일도 잘 봐서 그런지,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사실 아침에 이것저것 하다 보니 늦게 나왔다. 서둘러 나왔는데도 평소보다 늦었고, 지하철까지 가는 버스마저 늦게 왔다.
노심초사할 만도 한데, 마음 속엔,
‘그냥 날 죽여라. 늦으면 휴가 내면 되지 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아침에 중요한 회의나 보고 일정도 없었다.
버스는 늦었는데, 지하철은 거의 딱 맞게 왔다.
지옥철에 사람이 다른 날보다 오늘 유난히 많은데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사람들 틈에 끼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는데도, 아침부터 나처럼 다들 바쁘고 고생들 많으시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눈을 감고, 오늘 뭐 할까 생각하다 보니, 환승이 가능한 역에서 사람들이 쭉 빠져서 내린다. 갑자기 한산해진다.
휴우~ 이제 좀 살 것 같네.
그런데, 9호선으로 갈아타려고 내리는 분들을 보니,
난 이제부터 편하게 가겠지만, 저분들은 계속 고생하시겠네 하는, 쓸데없는 남 걱정까지 한다.
지하철에서 내려서도 양방향 지하철이 동시에 도착해서 인파에 몰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 늦은 김에 조금 뛰어서 계단을 올랐더니, 그 많은 사람들은 뒤에 따라오고 있고, 내가 있는 에스컬레이터엔 이상할 정도로 한산했다.
뛴 김에 좀 더 뛰었다.
회사 다닌 덕분에 아침 조깅을 한다. 요즘 출퇴근할 땐 편하게 운동화로 다녔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개운하다.
당연히 지각이라 생각해서 포기했는데, 뛰었더니 지각을 면했다. 쥐새끼처럼 안 보이게, 하지만 실제로는 다 보이게 구부정한 자세로 출근하지 않고, 당당히 어깨을 펴고 사무실로 입성했다. 제시간에 출근한 것이 무슨 그리 대단한 거라고. 그래도 기분은 좋다.
며칠 전엔 비슷한 상황에선 어쩔 수 없이 뛰었는데, 그땐 너무 힘들고 그날따라 왜 그렇게 회사는 멀고도 먼지.
지하철에서 사람에 치이고, 지각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