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개새끼라 관뒀습니다

기며니
기며니 · 내 글이 돈으로 바뀌어야 먹고 살지.
2023/10/13
신문사에서 알바를 했다. 부고 알림 작성, 우편물 가져와서 편집실 기자들에게 전달하기, 탕비실 간식 준비, 소포와 택배 부치기 등 잡무를 맡았다. 당시 한쪽 다리를 끌며 비뚤게 걷던 30대 중반 계약직 언니가 사수였다. 6년 차 그녀의 별명은 전무님. 회사의 역사, 인력배치, 자금사정, 인물을 비롯해 내외부 시설과 복지제도까지 사람들은 각 부서에 문의하기 전에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를 따라 우편물 뭉치를 들고 회사 곳곳을 누빌 때 모두로부터 듣게 되는 회사 내 사건사고와 뒷이야기는 너무 재미있어서 3시간 근무 시간을 30분처럼 줄여줬다.

계약직 그녀는 본인이 하마를 닮았다며 스스로를 함마라고 불렀다. "함마 왔습니다아"가 그녀의 인사였다. 까만 플라스틱 테보다 두껍고 볼록 굴곡이 있는 안경알에 확대된 함마의 눈은 홀로그램처럼 얼굴에서 떠있었다. 숱이 많은 단발머리를 대충 묶어 목 뒤에 머리가 잔뜩 튀어나와 있었고 흰머리도 다듬지 않은 잡초처럼 검은 머리 사이사이 자리했다. 늘 드라마에서 보던 시장 상인과 비슷한 옷차림으로 다녔다. 계절감 없는 낡은 체크무늬 남방에 아무렇게나 입은 바지. 점과 기미 그리고 벌어지고 뒤틀린 이빨들은 '나도 가족들도 돈 벌면 나에게는 10원도 쓰지 않습니다!'를 외치고 있었다. 얼굴의 잡티는 제거하는 데 개당 만 원도 들지 않아 보통 사람들도 괜히 부끄러워 얼굴의 때처럼 여겨 없애고, 주변에 교정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든 요즘이지 않나. 그녀는 세상풍파를 막아줄 우산 같은 가족도 부족한 능력을 채워주는 인맥도 결정적으로 더 가지려는 욕망까지 없음을 온몸으로 드러내고 다녔다.

사람들은 우편물과 택배를 놓고 지나가는 그녀를 붙잡고 5분 정도 수다를 떨었다. 매일 편지들을 각자의 자리에 놓으려면 거의 모든 부서의 모든 책상을 지나다니게 된다. 취재부, 회계, 인사, 기술팀 직원 할 것 없이 사람들은 그녀와의 대화를 즐겼다. 오래지 않아 그녀의 인기비결을 알게 됐다. 그녀는 먼저 질문하는 법이 없었다. 상대가 먼저 말을 하기 전까...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사람과 세상을 깊이 읽고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전업 작가, 프리랜서 기고가로 살려고 합니다. 모든 제안을 환영합니다.
29
팔로워 13
팔로잉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