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엄마라는 이상한 세계 : 이 시대의 육아를 어렵고 복잡하게 꼬아버린 명령들, 이설기
2024/07/21
엄마가 되기 전에는 몰랐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안다고 착각했다.
대중매체가, 언론이, 주변 사람들(특히 육아를 먼저 경험해본 이들)이 내가 엄마가 되기 전부터 애를 낳아 키우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어려운지 열정적으로 말해준 '덕분에' 내게 임신과 출산, 육아는 어느 정도 각오를 요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막상 엄마가 되어 보니 엄마가 되는 일을 견디기 위해서는 그런 각오만으로는 어림없었다. 아무리 단단한 각오로 무장했다 한들, 엄마들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전방위적인 명령들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촘촘하고 미세하게 엄마의 심리(특히 죄책감을 유발하는 심리)와 일상의 육아 실천 속으로 파고들어왔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메커니즘의 근원을 추적해나가는 이 시대의 귀중한 사회 비평이자 르포르타주이면서, 그러한 사회적 통찰을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위치를 부단히 성찰하여 길어올린 탁월한 에세이이기도 하다.
오늘날 소위 '육아 인플루언서'들, 특히 '육아 전문가'라는 커리어를 내세우면서 갈수록 커지는 이들의 목소리가 육아 현장에 드리우는 그림자를 이토록 날카롭게 분석한 글을 나는 아직 읽지 못했다. 특히 '육아 전문가' 오은영 박사의 위상은 예전보다 많이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그는 지금도 여전히 대중문화와 육아 담론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고수하고 있다. 그가 쓴 책은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으며(몇 달 동안 대형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했고(육아 코칭 프로그램뿐 아니라 부부 코칭을 넘어 '대국민 고민 상담'까지 영향권을 넓혀왔다.), 그의 말은 곧 우리의 일상 언어에 침투해왔다. "오은영 박사님이 그러는데...", "혹시 우리 애가 '금쪽이'인 건 아닐까 걱정 돼."1)같은 말들이 우리의 대화 속에 등장했다. 한때는 그의 말을 비판하거나 조금이라도 그에 ...
일을 하고 두 아이를 키웁니다. 책과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부글거리는 생각들을 오래오래 들여다보며 쓰고 싶습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의 표현을 좀 더 바람직하게 바꾸자면 "엄마의 행복이 우선이고, 아이의 행복이 그 다음이다" 정도가 될까요? 일견 무해해 보이는 표현 속에 숨은 문제점을 잘 지적하셨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는 원래 온 동네가 다같이 키우는 것인데 지금은 오롯이 엄마의 능력 하나에만 책임을 지우기 때문에 엄마들에게 슈퍼우먼 같은 초인적인 육아능력을 요구하게 되는 것' 이라고 보긴 합니다. 엄마의 정신적인 여력은 한정되어 있는데 아이는 그 이상의 정성과 관심을 요구하니, 집 밖에서 정신적인 여력이 바닥나는 순간 '맘충' 이라는 딱지가 붙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썼던 관련글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혼자만의 힘으로는 한계를 느낀 엄마들이 육아 인플루언서들에게 많이 심리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면 여기서 친어머니/시어머니의 역할이 무엇인가 하는 것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