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안철수에게 기회가 왔다!
2023/02/06
안철수의 정치여정은, 최소한 인간적인 면에선 (어떤 의미이든) 뚝심이 있었다. 인생이 성공한 사람이, 정치도 성공할 것 같았지만 그러지 못했고 ‘그럼에도’ 버틴다. 정치인의 숙명일지라도 그건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가야 하는 이들 혹은 최고레벨이 아닌 상태 안에서의 굴곡 정도일 때 가능한 자세일 거다. 정치인 이전엔 너무 화려했고, 정치인 시작도 역대 최강의 폭풍으로 등장한 사람이라면 지난 십여 년의 모든 게 굴욕적이었을 거다. 하지만 늘 최전선에서 아등바등거리며 ‘어쨌든’ 정치를 했다. 그거, 쉽지 않다.
2006년 지방선거 때부터 서울시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락내리락거리던 안철수는 자신의 가치관을 (내실평가는 차치하고 외형적으로) 차근차근 빌드업 했다. 그리고 2011년, 혜성처럼 등장해 정치권을 초토화시킨다. 수염도 깎지 않고 서울로 온 박원순의 다급함은 안풍의 힘을 증명했다. 정치인이, 운이 있어야 다가온다는 정치바람에 올라타지 않는 건 바보 같은 짓이지만 안철수는 너그럽게 후보자리를 넘겨준다. 그것도 별다른 호들갑도 없이, 차분하고 너무나 (당시 안철수의 관상처럼) 착하게.
대중들이 어찌 싫어하겠는가. 증명된 건 하나도 없지만, 낡은 정치 청산과 '일단' 어울리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안철수는 2012년 대통령 선거의 핵으로 순식간에 떠올랐다. 하지만 단일화 없이는 대통령이 될 수 없는 한국정치 지형을 넘어가진 못했다. 박근혜와의 양자대결 설문조사에서 안철수는 항상 이겼고 문재인은 항상 졌다. 하지만 안철수는 문재인과의 선호도 조사에선 늘 밀렸다. 박근혜가 비교대상이면, 박근혜의 역사성 덕택에 '새로운 정치' 안철수는 신선했지만 문재인과의 구도는 뚜렷하게 이분법적으로 설정되지 않으니 메리트는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당으로 들어가 경선을 하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출마선언과 포기, 그리고 ‘단일화’라고 분명하게 말하지 않으며 어정쩡하게 선거운동을 하던 안철수는 투표일 당일 미국으로 가버리는 역대급 ‘삐짐’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그 이후 돌아와서 합치고 찢어지고, 진보인지 보수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정치적 스탠스, 호남정서만 건드려 38석을 얻어 낸 2016년 총선 이후 또 주목받고 또 잊히고 등등. 여론조사 결과와 선거 결과 등 구체적인 성과지표가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본인이 대통령감이라고 생각하니 온갖 조롱의 대상이 되는 건 당연했다. 그럼에도, 그 바닥에 있었다.
정치는 이미지가 어떠하든, 슬로건이 신선하든 권력을 잡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정치는 ‘누가’가 아닌 ‘잘’ 하냐 마냐로 보아야겠지만 잘하긴 위해선 위쪽에 올라선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 이는 진영논리, 공천게임, 정책술수 등 복잡한 게 얽히고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안철수는 모든 면에서 뒤처졌다. 들어오는 물이 아닌지라 여기서 노라도 저으려는 정치자원도 별로 없었다.
인수위원장이라는 급 떨어지는 위치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야 했던 상황은 그의 정치인생의 마지막을 상징하는 듯했다. 단일화는, ‘단일화 없었으면 큰일이었다’는 전제로 후속여정이 이어지는데 ‘안 해도 당선되었을 거다’라는 말만이 나오니 안철수의 힘은 쪼그라들었다. 동급 정치인이라 믿고 싶었던 이에게, 보고서나 바쳐야 하니 모양이 정말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냥 하더라.
그 조각들 덕에 지금의 그림이 나온다. 정치의 생물적 속성을 안철수는 뒤늦게 깨달았지만, 드디어 기회가 왔다. 무례한 권력에게 십자포화를 당하는 서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최고권력자는 젊은 여당대표가 마음에 안 든다는 노골적인 티를 내더니, 아예 당 대표 선거를 칼을 휘두르며 진두지휘 중이다. 그런데 그조차 아마추어다. 무엇을 제거하면 결국엔 자신의 패가 좋을 거라는 단순한 발상은 ‘정치의 역사’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수준이다. 나경원을 보냈는데, 안철수가 문제니 ‘했던 식으로’ 린치를 가한다. 역효과가 나타나도, 화력이 부족해서 그런 줄 알고 포탄만을 퍼붓는다.
그런데 안철수는 이를 연료 삼아, 정치인생동안 그토록 원했던 ‘나는 기득권이 아닙니다!’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은 위치에 들어서버렸다. ‘수틀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으로 정치하는 누구들 덕택에, 안철수는 다음 대통령 선거에 '또' 나올 명분이 생겼다. 지난 세월 '정치를' 제대로 학습했다면 말이다. 재밌다. 한국 정치. 아니, 슬픈가.
정치는 이미지가 어떠하든, 슬로건이 신선하든 권력을 잡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정치는 ‘누가’가 아닌 ‘잘’ 하냐 마냐로 보아야겠지만 잘하긴 위해선 위쪽에 올라선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 이는 진영논리, 공천게임, 정책술수 등 복잡한 게 얽히고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안철수는 모든 면에서 뒤처졌다. 들어오는 물이 아닌지라 여기서 노라도 저으려는 정치자원도 별로 없었다.
인수위원장이라는 급 떨어지는 위치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야 했던 상황은 그의 정치인생의 마지막을 상징하는 듯했다. 단일화는, ‘단일화 없었으면 큰일이었다’는 전제로 후속여정이 이어지는데 ‘안 해도 당선되었을 거다’라는 말만이 나오니 안철수의 힘은 쪼그라들었다. 동급 정치인이라 믿고 싶었던 이에게, 보고서나 바쳐야 하니 모양이 정말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냥 하더라.
그 조각들 덕에 지금의 그림이 나온다. 정치의 생물적 속성을 안철수는 뒤늦게 깨달았지만, 드디어 기회가 왔다. 무례한 권력에게 십자포화를 당하는 서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최고권력자는 젊은 여당대표가 마음에 안 든다는 노골적인 티를 내더니, 아예 당 대표 선거를 칼을 휘두르며 진두지휘 중이다. 그런데 그조차 아마추어다. 무엇을 제거하면 결국엔 자신의 패가 좋을 거라는 단순한 발상은 ‘정치의 역사’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수준이다. 나경원을 보냈는데, 안철수가 문제니 ‘했던 식으로’ 린치를 가한다. 역효과가 나타나도, 화력이 부족해서 그런 줄 알고 포탄만을 퍼붓는다.
그런데 안철수는 이를 연료 삼아, 정치인생동안 그토록 원했던 ‘나는 기득권이 아닙니다!’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은 위치에 들어서버렸다. ‘수틀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으로 정치하는 누구들 덕택에, 안철수는 다음 대통령 선거에 '또' 나올 명분이 생겼다. 지난 세월 '정치를' 제대로 학습했다면 말이다. 재밌다. 한국 정치. 아니, 슬픈가.
약간 논점을 벗어날지도 모르지만,
안철수는 항상 기득권을 벗어나는 혹은 대항하는 아싸인척 하는 인싸를 자처하는 사람같아요
역설적으로 그런 류의 기득권도 많거든요.
그런 기회를 항상 노리는 정치 헤지펀드 운영자라고나 해야하나...
하여간 참 특이하신 분이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