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하, 명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2023/02/06
상이 전교하였다.
"금방 인견할 때는 정신이 아득하였다. 이제 다시 생각해 보니 좌상은 내가 물러나고 싶다고 한 말을 가지고 마음을 가다듬어 정신을 수양하려 한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말이다. 나의 뜻은 조금도 여기에 있지 않다. 나라를 망친 군주는 다시 보위(寶位)에 나아갈 수 없다. 옛 임금 가운데는 간혹 다시 나라를 다스린 자가 있기는 하나 이는 다 너무도 부끄러움이 없는 처사이다. 사람은 각기 의견이 있는 것이지만 나의 성품은 그렇지 않다. 어떻게 그런 작태를 취할 수 있겠는가. 내가 물러간 뒤에 좌상은 당연히 동궁에게 돌아가 벼슬하며 본디의 포부를 펴보도록 하라. 이것은 바로 조종의 충신이 되는 것이니 잗달게 이와 같이 말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국사가 다시 해볼 수 없게 된다면 내 선군(先君) 곁으로 돌아가 죽을 것이고 다행히 중국의 힘을 빌어 옛 강토가 수복된다며 아침에 적을 치고 저녁에 물러가도 좋다. 오직 한 생각이 간절히 여기에만 있을 뿐이다."
- 선조실록 31권, 선조 25년 10월 19일 을사 2번째 기사
선조는 교서를 내려 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뜻을 밝힙니다. 당연히 신하들은 반대합니다. 한 달 뒤인 11월에는 유학 남이순, 송희록이 백성들 뜻에 의해 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라는 상소를 올리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깁니다.
선조는 교서를 내려 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뜻을 밝힙니다. 당연히 신하들은 반대합니다. 한 달 뒤인 11월에는 유학 남이순, 송희록이 백성들 뜻에 의해 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라는 상소를 올리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깁니다.
전에 동궁으로 하여금 전단(專斷)하게 하도록 전교하였으나 내 뜻을 이루지 못하였는데 이것이 어떤 일이기에 한갓 말뿐이었겠는가. 그만둘 수가 없다. 나는 평소 고질이 있어 날로 심해지는데 40이 되도록 죽지 않을 줄은 평소 생각조차 못했었다. 근일에는 두눈이 침침하여 곧 장님이 될 상황이니 비록 그대로 왕위에 있고자 해도 그 형세가 어찌할 수 없으니 마땅히 전의 뜻에 따라 근신(近臣)을 보내 내 뜻을 유시(諭示)하여 모든 크고 작은 일을 먼저 결단한 후에 아뢰게 하라. 이곳에서는 다만 사대(事大)와 청병(請兵)하는 일 하나만을 조치할 것이니, 이 역시 적을 토벌하는 일이다. 내선(內禪)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