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일하는게 무서웠다-1

데이지
데이지 · 글로 제마음을 정리중입니다.
2021/12/04
나에게 재수 기숙학원은 익숙한 환경이였다. 19살이였던 나는 1년여간 언니 오빠들과 함께 재수기숙학원에서 수능을 준비하며 보냈던 곳이였기에, 공부하면서 너무힘들었지만, 나를위해 대학만을 바라보며 달렸던 시간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었던 것같다.

그래서 언젠가 한번은 기숙학원에서 나도 나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선생님들처럼, 그런역할의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턱대고 지원했고, 합격을 하여 천안에서 서울 대치동 기숙학원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불가 2일전만해도 14시간씩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했던 터라, 일주일에 한번 있는 휴일이 너무 좋았고, 24살 나에게 아줌마라는 호칭을 들으며 일했던 천안에서의 순댓국집에서 이젠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바뀌며 청춘을 위해 달리는 그 예쁜 아이들과 함께 일할수 있음에 너무 행복했었다. 그잠깐 콩깍지가 씌였었다.

나의 기숙학원에서의 업무는 아침 6시 반부터 시작해 밤 11시반에 끝이났다.
나의 월급에 포함되어있는 근무시간은 9시부터 5시까지였지만, 내가 일을 했던 시간은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학원에서 도보로 2분정도 거리에 한 고시원이 있는데, 거기에서 나와 여학생들이 함께 사는 작은 기숙사가 있었다. 아침 6시반이 되면 2층부터 5층까지 아이들 방하나하나 두드리며 10명정도 되는 여학생들을 깨워줘야했다. 학생들은 8시까지 등원인데 그때까지 등원못하면 나에게 전화가 오기에..정말 유난히 못일어나는 아이들은 내가 출근하기전까지 한 열 번정도 가서 몸을 일으켜 줘야했다. 아이들을 깨우는 동시에 나는 출근준비를 같이하고, 9시까지 출근하면 나의 진짜일이 시작된다. 간단한 회계업무와 여학생들 생활지도가 내 주업무였지만, 학원의 월말결산과 수업료수납 그리고 모든 직원들의 월급을 모두 도맡고, 학원에서 나가는 돈 1원까지 혼자 관리하며, 학생들 생활지도와 학부모 전화상담, 학생들 개개인에 맞춘 시간표관리, 강사님들 시수관리, 비품관리, 모의고사 수기채점, 사감업무... 심지어 점심때 학생들 배식하는 것 까지 모두 혼자 했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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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고 싶어서 나를 찾는 중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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