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집을 잃어버렸다

이관순 · black & white
2022/06/01
나는 저 집을 들어가는데 몇 개의 열쇠가 필요할까

열쇠 집을 잃어버렸다
   
   
‘열쇠고리 집을 잃어버렸다’ 내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입니다. 어디에 두고 왔을까? 열쇠 집을 찾기 위해 내가 돌았던 동선을 살펴 따라가 보았지만 끝내 묘연한 건 열쇠의 행방입니다. 포기를 하자니 암담한 일이 한둘이 아닙니다. 당장 나타날 일들이 엄습합니다. 우선 자동차 시동을 걸 수 없고 집으로 돌아간 다해도 아파트 문을 열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열쇠고리 집은 어느 해 스승의 날에 한 여학생에게 받은 선물입니다. 금색 고리가 여섯 개 달린 검은색 가죽으로 만든 것이었어요. 포장지를 뜯으니 “교수님, 지갑보다 더 소중하게 간직하셔야 해요.” 알쏭달쏭한 메모 글이 웃고 있었지요.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모른 채 책상 위에 열쇠들을 좌르르 쏟았습니다. 맙소사! 웬 열쇠가 이렇게 많지? 내가 먼저 놀라고 말았습니다. 열쇠가 많다는 건 그만큼 가진 것, 숨길 것이 많다는 뜻이니까요. 
   
눈에 보이는 열쇠가 이 정도라면 눈에 보이지 않은 마음속 열쇠는 얼마나 많은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열쇠를 하나씩 고리에 채웠는데 그러고...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관찰하고 싶다. 그게 내가 잘사는 방법이니까...
1
팔로워 4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