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집을 잃어버렸다
열쇠 집을 잃어버렸다
‘열쇠고리 집을 잃어버렸다’ 내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입니다. 어디에 두고 왔을까? 열쇠 집을 찾기 위해 내가 돌았던 동선을 살펴 따라가 보았지만 끝내 묘연한 건 열쇠의 행방입니다. 포기를 하자니 암담한 일이 한둘이 아닙니다. 당장 나타날 일들이 엄습합니다. 우선 자동차 시동을 걸 수 없고 집으로 돌아간 다해도 아파트 문을 열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열쇠고리 집은 어느 해 스승의 날에 한 여학생에게 받은 선물입니다. 금색 고리가 여섯 개 달린 검은색 가죽으로 만든 것이었어요. 포장지를 뜯으니 “교수님, 지갑보다 더 소중하게 간직하셔야 해요.” 알쏭달쏭한 메모 글이 웃고 있었지요.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모른 채 책상 위에 열쇠들을 좌르르 쏟았습니다. 맙소사! 웬 열쇠가 이렇게 많지? 내가 먼저 놀라고 말았습니다. 열쇠가 많다는 건 그만큼 가진 것, 숨길 것이 많다는 뜻이니까요.
눈에 보이는 열쇠가 이 정도라면 눈에 보이지 않은 마음속 열쇠는 얼마나 많은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열쇠를 하나씩 고리에 채웠는데 그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