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정지우
정지우 인증된 계정 ·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2022/07/01
Photo by Alexander Shatov on Unsplash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그래서 어딘지 괴기스러워보인다. 흔히 청년세대에 대한 이야기들은 대개 절망과 포기로 수렴된다. 청년들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로 인해 우울, 좌절, 증오, 혐오 같은 현상들이 얼마나 일상화되었는지가 늘 문제시된다. 그런데 정작 청년세대가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SNS에는 그런 흔적이 없다. 그곳은 언제나 밝고 희망차고 화려하다. 청년 세대에 대한 담론과 인스타그램의 간극은 마치 매트릭스의 밖과 안처럼 극명하다. 

수많은 청년들이 끊임없이 여행을 떠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동남아, 유럽, 미국, 남미 그 어느 나라의 어느 구석에 있는 마을이나 도시를 해시태그로 검색해도, 그곳에서 웃고 있는 청년을 만날 수 있다. 그런 청년들은 실시간으로 계속 업데이트된다. 마찬가지로, 핫플레이스라 불리는 각종 카페나 식당들은 청년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몇 시간씩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커피 한 잔과 밥값으로 몇만원씩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것처럼만 보이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하루 숙박이 수십만원은 되는 호캉스의 주인공들도 대개 청년들이다.

사실 이 간극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는 한, 청년 담론, 청년 세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간극이야말로 청년 세대가 지닌 딜레마의 핵심이자, 청년들의 가장 절실한 실존적 문제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건 그들이 언제나 이와 같은 밝고 화려한 이미지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그런 방식으로 끊임없이 전시하고, 또 그렇게 전시된 이들 속에 있는 동안에만 온당한 곳에 있다는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https://www.facebook.com/writerjiwoo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등의 책을 썼습니다. 현재는 변호사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202
팔로워 348
팔로잉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