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12/30
농사 형태가 바꿔놓은 중국인들의 심리

  같은 유럽이라 해도 교회와 '결혼 가족 강령'에 노출된 기간이 길수록 더 WEIRD적일까? 에스파냐 남부와 이탈리아에서는 몇몇 주교구가 일찍 설립됐지만, 이후 로마 주교와 우호적이지 않은 강국에 의해 정복되면서 서방교회와 단절되었다. 이들 지역은 이슬람 사회로 편입됐다가 훗날 서방교회에 정복돼 재통합되었다. 아일랜드의 경우는 일찍 기독교화됐지만, 켈트 교회가 '결혼 가족 강령'을 강제하지 않았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살펴본 결과, 더 오래 '결혼 가족 강령'을 경험한 지역일수록 WEIRD적인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런 심리적 효과는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 2세를 부모 출신 국가에서 과거에 경험한 교회 노출량과 연결했을 때에도 동일한 양상이 드러난 것이다. 부모가 태어난 나라가 오랫동안 서방교회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개인주의적이고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며, 순응 및 복종의 성향이 약하고, 비개인적 신뢰와 공정성의 성향이 강했다.

  저자는 유럽에서 그치지 않고 중국과 인도에서 보이는 심리적 차이도 살펴본다. 중국의 경우 벼농사가 중요해 북부에서 남부로 갈수록 논농사 의존도가 높아진다. 논농사 의존도가 높은 사회일수록 친족 집중도가 높은데, 이는 자연적 실험실 같은 역할을 해 중국 전역의 심리적 차이와 연결해볼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논농사 의존도가 낮은 지역 사람들이 더 개인주의적이며 분석적으로 사고했다. 북부 남부 구분선에 바로 면한 중부의 다섯 개 성에만 초점을 맞춰 광범위한 차이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한 연구에서도, 논농사 전용 농지가 더 적은 현의 사람들이 더 분석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인도에서도 논농사를 많이 짓지 않는 지역 출신의 인도인이 더 분석적이었으며, 사업 파트너 문제에서 족벌주의 성향이 약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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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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