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찰정치와 검찰정치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2/12/19
기찰정치와 검찰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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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빼미>가 여러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유해진의 인조 캐릭터가 덜 살아난 것 같아 아쉬운 영화다. 아들을 죽이고 며느리 가문까지 몰살시키는 의도가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세자’를 못마땅해 한 정도로는 납득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조의 의심병을 부각시키면 좋았을 것 같다. 즉 어릴 적 영민하여 선조의 초강력 견제를 샀던 광해군처럼, 볼모로 끌려간 청나라에서 능숙한 외교 활동을 벌이고 좋은 평가를 받았던 소현세자를 행여 저놈이 청나라를 등에 업고 나를 어찌 하지 않을까 하는 인조의 병적인 의심의 희생양으로 설정하는 게 더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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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는 능히 그럴 위인이었다. 반정으로 광해군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뒤 인조와 그를 옹립한 서인 정권은 살벌한 ‘기찰 정치’를 펼친다. ‘기찰’(譏察)이란 범인을 체포하려고 수소문하고 염탐하며 행인을 검문하던 일을 말한다. 즉 요즘 말로 하면 사찰과 감시, 정보 수집과 압수 수색을 수시로 벌이며 요주의 인물들을 옭아매는 행위다. 사실 이 기찰 정국은 광해군 때부터 도를 넘었고, 반정의 원인 중 하나였지만 광해군 정권을 뒤엎고 들어선 인조 정권은 한 수를 더 떠서 감시의 눈길을 번득인다. 
이 기찰 정치의 선봉에 선 것은 다름아닌 인조반정의 수훈갑 이괄이었다. 좌포도대장 자리를 꿰찬 이괄은 수하 군관들을 기찰에 투입했다. 하루는 전 부사(府使) 박진장의 집에서 난리가 났다. 기찰을 이유로 군관들이 난입, 박진장의 노모를 구타하는가 하면 집을 부수고 재물을 탈취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괄의 상관 이귀가 이 일을 아뢰자 이괄이 불려왔다. 하지만 이괄은 당당했다. “공조좌랑 홍진도가 제게 여러 차례 말하기를 박진장에게 황당한 죄상이 있으니 기찰해야 하고, 병력을 보내 주면 내가 인솔해서 잡아 들이겠다고 해서 군관을 보내 줬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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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여인천하 중
그런데 홍진도는 인조의 이종사촌이었다. 그러자 인조는 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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