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3/03/27
별생각 없이 살다가 어느 순간 문제로 다가오는 것들이 있잖아요. 제겐 환경 문제가 그랬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나오는 수많은 생활쓰레기들에 놀란 것이 시작이었어요. 일회용 기저귀가 너무 많이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아이를 키우려면 기저귀는 필요한데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배출해도 괜찮은 것인가 싶었어요. 아마 아이를 키우는 많은 양육자들이 친환경에 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속으로 뜨끔할 거예요. 일회용 기저귀를 발명한 것은 내가 아닌데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불편함을 느끼게 만드는 지점이 있어서 오히려 죄책감을 줄이기 위해 안 보고 안 듣고 안 하게 되는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천기저귀를 쓰는 것도 운이 좋아서 가능한 일이거든요. 전 전업주부라서, 집에 살림 도우미가 있어서 천기저귀를 쓰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아이들이 불특정 화학물질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었던 것도 한몫을 했고요. 아이들이 큰 다음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느낀 죄책감은 온당하지 못했다고요. 대안이 없거나 대안을 실천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제대로 하지 못하고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친환경에 대한 대안은 정부와 기업 등 우수한 자본력을 갖추고 구체적인 실천안을 만들 수 있는 권력집단이 해야 하고 여러 대안 중에서 소비자들은 환경에 덜 부담을 주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바른 방법이라고 인지하게 되었어요.

그다음부터는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의문을 표출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실천방법에 집중하며 살았어요. 이게 정답인지도 모르겠고요, 나의 노력이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 진리나 명제처럼 강력하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은 있습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들이 우리에겐 아주 필요하다는 것은 알겠어요. 할 수 없어서 또는 하기 어려워서 못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몰라서 못하는 부분은 없어야 최소한의 노력은 했다고 말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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