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선물한 시인에게 감사하며 - 신경림 시인 부음을 듣고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4/05/22
대학에 들어가서 학생회관을 기웃거리다가 운없이(?) 노래패 방문을 열어 그곳에 가방을 놓고 다니는 신세가 됐었다.  그때 선배들은 신입생 환영 공연 준비가 한창이었다.  생전 듣고보도 못한 노래들이 많았다.  귀가 솔깃한 노래도 있었고 너무 과격하여 고개를 외로 꼬게 만드는 노래도 있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들었던 느낌을 돌이키자면 그때껏 알고 불렀던 노래들과는 가사부터 다르다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언어의 조탁보다는 날서고 컬컬한 단어들로 노래가 이뤄졌지만 뭔가 뜻이 있고  그 사연을 궁금하게 만드는 노래들이었다고나 할까.  그 중의 하나가 <돌아가리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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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 전에 돌아가리리/ 황새떼 오기전에 돌아가리라
정참판네 하인들 눈뒤집고 / 우릴 찾는다 해도/ 
두 팔을 들어 어깨를 끼고/ 열이 아니다 스물이 아니다
빼앗긴 땅 되찾으려다 쫓겨난 / 우리는 모두 형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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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이 지기전에 돌아가리라/ 새우젓 배 오기 전에 돌아가리라
그 어느 한 곳 찾아 목숨 걸건가/ 이 억센 주먹을 불끈 쥔 채
   
돌아가리라 돌아가리라/ 두팔들어 어깨를 끼고
돌아가리라 돌아가리라 / 이 억센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절박한 가사와는 달리  민요풍의 노래는 흥겨우면서 힘찼다.  가사를 곱씹다보면 제꺽 혼자만의 영화를 찍게 된다. 부치던 소작을 하루아침에 빼앗긴 농민들이 지주 정참판에게 가서 눈물로 하소연했지만 매맞고 쫓겨나고 만다. 이에 분을 참지 못한 농민들이 어둠을 틈타 돌멩이를 던지고 불덩이를 쏟아 부어 으리으리한 기와집을 박살낸다. 날 밝은 후 정참판댁 하인들이 총동원돼 눈에 불을 켜고 용의자를 찾아나서는 가운데 돌 들었던 농민들은 가재도구들 이고진채 피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고한다. 자네는 어디로 가려나 나는 여기로 가네..... 인사하며 언젠가는 내 땅을 언젠가는 되찾겠다고 이를 악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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