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마르크스가 옳았는가 - 테리 이글턴
1. 마르크스주의는 끝났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사이에 체제에 대한 견해를 수정한 대다수 급진주의자들이 단순히 주변의 면화공장 수가 줄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이들이 구레나룻이나 머리띠와 함께 마르크스주의를 던져 버린 것은 그 때문이 아니라 그저 자신들이 맞섰던 체제가 너무 강고해서 깨지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이 아니라 그것을 바꿀 가능성에 대한 환멸이 결정적이었다."(17) 이처럼 자본주의는 놀랄 만한 진보를 성취했지만, "단지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 위해서만도 엄청나게 달려야 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궁극적인 한계가 자본 그 자체이며 자본의 끊임없는 재생산이 자본주의의 넘어설 수 없는 경계선이라고 논평한 바 있다."(20) "마르크스주의의 의미는 그것이 엄밀히 한시적이라는 데 있으며, 따라서 자기 정체성의 전부를 그것에 투여하는 사람은 핵심을 놓치게 된다. 마르크스주의 이후에도 삶이 있다는 것이야말로 마르크스주의의 핵심 그 자체이다."(14)
2. 마르크스주의는 이론적으로만 괜찮다?
"사회주의가 되려면 문자 그대로나 비유적으로나 넉넉해야 한다. 마르크스나 엥겔스부터 레닌과 트로츠키에 이르기까지 어떤 마르크스주의자도 이와 다르게 생각한 적이 없다."(28) 물질적인 기반이 결여된 상태에서 끔찍한 희생을 강요한 스탈린주의는 역설적인 의미에서 "마르크스 작업의 평판을 떨어뜨린다기보다 오히려 그 타당성을 증언해준다."(31) 사회주의가 현실에서 작동할 수 없다는 이들은 "풍족한 조건에서 사회주의를 건설한다 해도 복잡한 현대 경제를 시장 없이 어떻게 운영할 수 있는가"라는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점점 더 많은 수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내놓는 대답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의 관점에서 시장은 사회주의 경제의 빠뜨릴 수 없는 일부로 계속 존재할 것이다. 이른바 시장사회주의는 생산수단이 사회적으로 ...
책의 원저자의 실력과 발제한 작가의 능력 모두 출중함이 느껴지는 요약발제였던 것 같습니다. 좋은 책에 대한 훌륭한 발제를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질문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마르크스주의자들로부터 사회과학 이론들을 처음 배웠기에 마르크스주의에 한때 열광했으나, 결국은 마르크스주의자는 아니게 된 사람으로써 생긴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두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ㅎㅎ
1. 마르크스는 변증법적 유물론자이고, 변증법은 모든 것에는 한계가 내재한다는 기본 사고로부터 시작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자본주의의 내재적 한계를 자본들의 이윤율 하락의 경향과 이로 인한 노동에 대한 착취의 심화에 의한 노동자의 빈곤을 꼽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 자본주의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윤율 하락의 경향이 늘 있으나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이윤율이 급격히 솟아오르고, 이에 따라 생산성이 높은 노동자를 구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강해져 결국 노동자의 임금이 계속 오르는 일들을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르크스의 이론의 핍진성이 의문이 남습니다.
2. 마르크스는 역사 속의 모든 계급을 유산계급과 무산계급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금융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자본을 누군가가 독점적으로 소유한다는 개념이 잘 성립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거대 금융자본과 같은 경우에는요. 그래서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부터 유산계급과 무산계급의 차이보다는 자산, 소득, 그리고 인적 자본(개인의 능력), 어떤 집단에 속했는지(대기업인지 중소기업인지), 고용상태(정규직, 계약직, 파견직 등) 등의 차이를 종합적으로 보면서 계급을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책의 저자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김승문 얼룩커님의 생각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가능할지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