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편지 30] 너의 섬을 지켜줄게
2023/09/21
중랑천에 사는 흰목물떼새에게,
강을 따라 걷다가 보았어. 작은 모래톱, 거기 한가운데 가느다란 다리로 서 있는 너를. 낮게 흐르는 강의 중간에 만들어진 작은 모래톱은 너의 섬이었어. 겨우 집 한 채만한 크기의 별에 어린 왕자가 혼자 살았던 것처럼, 어린 아이가 누우면 꽉 찰 것 같은 모래섬에 너는 혼자 있었어.
사실 강을 따라 걷다가 나는 보지 못했어. 구름 사이로 쏟아지던 햇빛이 눈이 부셔서 손 가리개를 하고 모래섬을 한참 바라보았지만, 너의 모습을 분간하지 못했어. 옆에서 저기, 저기 한가운데 있잖아요, 하고 말해주길래 네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다고 얼핏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 날 오후 너의 사진을 받았어. 모래섬 한가운데 오롯이 서 있는 너의 모습은, 하얀 목과 배, 까만 눈동자와 부리, 그리고 가느다란 나뭇가지 같은 두 다리로 단단히 땅을 디디고 서 있는 너는 경이로웠어. 너의 섬과 너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 우주였어. 뒤로는 푸른 강물이 흐르고…
탁한 물길처럼 느릿느릿 흘러가는 꽉 찬 도로의 자동차들, 묵직하게 가로...
강의 생태를 가꾸고 강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일합니다. 읽고 쓰는 삶을 살며,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숲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노영식 선생님 감사합니다. :)
잘 보았습니다.
@노영식 선생님 감사합니다. :)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