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두 천재, 박지원과 정약용의 ‘의상한 친구들’ (2)

박영서
박영서 인증된 계정 · 울고 웃는 조선사 유니버스
2023/03/05
정약용, “나를 해치려는 자, 옛 친구 이기경”
   
유한준과 박지원의 관계는 비록 말년에는 지저분했어도, 고아하고 굵직한 맛이 있지요. 자신이 걷는 길을 두고 겨루는 장면은 마치 무림고수들의 대련을 보는 듯합니다. 추측이지만, 적어도 한쪽이 다른 한쪽의 파멸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지는 않은 것도 아름답습니다. 만약 유한준이 박지원을 ‘묻어 버릴’ 생각을 했으면,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실현했을 테니까요.
   
박지원-유한준의 서사에 비하면, 정약용(丁若鏞, 1762~1836)과 이기경(李基慶, 1756~1819)의 다툼은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입니다.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토로합니다. “나를 해치려는 자들이 대부분 옛날 친하게 사귀던 사람들이다.”라고요. 그 배신과 통한이 담긴 말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이기경이 있었습니다. 또한, 일련의 사건에는 조선의 정신을 뒤흔들던 문제적 종교, 천주교가 있었죠.
   
정약용의 인생이 천주교 때문에 틀어졌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다만, 정약용이 도대체 왜 천주교를 공부한 것인지, 천주교의 어떤 면에 흠뻑 빠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소하죠. 정약용뿐만이 아닙니다. 도대체 조선의 지식인들은 왜 가문이 사라질 각오를 하고서도 천주교를 공부하거나 믿은 것일까요?
   
불의가 정의를 대체한 엄혹한 현실 앞에서 정약용은 이기론이 제시하는 도덕적 이상세계에 의문을 품습니다. ‘자연은 어떻게 존재하는가?’를 설명하는 방식 중 하나였던 이기론은 조선의 정신세계를 구축하는 데 이바지했으나, 조선 유학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기론 위에서 성립된 도덕적 체계는 18세기 정약용이 마주한 현실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이때 정약용의 눈을 끌어당긴 건, 만물을 창조했다는 천주(天主) 개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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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를 유영하는 역사교양서 작가, 박영서입니다.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을 썼으며, 딴지일보에서 2016년부터 역사, 문화재, 불교, 축구 관련 기사를 써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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