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변호사 보험' 만들어 보면 어때요?

정병진
정병진 인증된 계정 · 수석 매니저
2024/01/30
'세입자를 지켜주는 변호인 천사'라는 키워드로 제작한 AI 이미지.

독일에서 이사 나갈 때 가장 짜증나는 순간 중 하나가 바로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돌려줄 때 입니다. 보통 3개월치 월세를 보증금으로 묶어놓는데요. 월세가 200만 원이다, 치면 보증금은 6백만 원입니다. 이게 한국의 전세처럼 억대를 넘어가는 게 아니다 보니 가끔 저희 같은 이민자들이나 해외 주재원으로 1~2년만 머물고 떠나는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낼름(?) 하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집주인과 보증금 분쟁이 생기면 '에잇 그냥 떼이고 말지 뭐'하고 포기하는 세입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직전 집주인이 그랬습니다. 남편은 여행사를 운영하는 60대 터키인이고, 아내는 비슷한 연배의 독일인입니다. 딸은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지요. 저희가 살았던 집의 명의는 집주인의 딸 앞으로 돼 있습니다. 임대 물건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주체는 결국 그 부모였습니다.

이사를 마치고 2개월이 지나도록 이분들이 보증금을 차일피일 미루며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몇 번이나 편지를 써서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우리가 새로 사준 오븐을 너희가 너무 더럽게 썼다", "냉동실 수리비가 나왔다", "하이쭝(라이데이터)에 녹이 슬었다", "전자레인지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이런 저런 트집만 잡았습니다.

사는 동안 화장실 배관 공사 등이 길어져 가뜩이나 불편하게 살았는데 자꾸 보증금은 돌려주지 않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듯 이런저런 트집을 잡는 집주인의 행태에 아내와 저는 몹시 큰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더구나 집주인이 2024년부터는 월세를 올리겠다고 작년 10월에 통보를 했었고, 우리는 그에 동의할 수 없었는데요. 이에 계약된 기간보다 일찍 나가는 상황이었습니다. '이거이거 월세 인상하려고 했던 금액까지 모조리 보증금에서 떼고 주려는 수작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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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유럽의 사람 사는 이야기로 우리를 톺아봅니다. 현) 스태티스타 HQ 수석 매니저 / 함부르크대 저널리즘 석사 과정 전) YTN 앵커 / 부산MBC 아나운서 / 매일경제TV 앵커 / BBC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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