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가는 길

이강제
이강제 · 도시계획전문가
2023/12/15
여행은 공간의 미래다. 시를 쓰는 조은의 ‘벼랑에서 살다’라는 책에서 처음 이 말을 접하고 나는 한 동안 명상에 잠겼다. 여행은 공간의 미래다. 누가 한 말인지 밝혀져 있지 않아 그 출처를 알 수는 없으되 그 말이 갖는 묘한 매력 때문에 나는 그 산문집의 행간을 다시 가다듬어 읽으며 여러 가지 이미지들을 떠올려 보았다. 
아직 겪어보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우리가 궁금해 하듯 아직 가보지 못한 어떤 곳에 대한 환상이 여행이란 행위로 구체화 되게 된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일상의 도시를 벗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것이 공간적인 의미에서의 여행이라면, 아직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고, 가늠해보지도 못했던 자신의 낯선 미래 속으로 어느 날 갑자기 풍덩 뛰어드는 것도 여행이라 할 수 있을까?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갑자기 소설쓰기에 몰입한다든가, 십몇 년을 한 가족의 구성원이 되어 살아오다가 갑자기 혼자가 되는 삶을 택한다든가 하는 선택을 두고 그 행위도 하나의 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아닐 것이다. 여행이란 원래 위치로 돌아옴을 전제하는 것이지만, 자신의 또 다른 미래를 선택한다는 것은 원래의 여정이 가닿을 수 있는 목적지를 포기해야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 자체가 로드무비 같은 여정으로 비유될 수 있을 만큼 정해진 길이라는 것이 원래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다만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지), 그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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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진주>, 문학사상사, 2019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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