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섹스, 나의 섹스

수미
2024/04/01

   
 우리 동네에는 '창원 여성의 전화' 사무실이 있다. 페미니즘을 배우기 딱 좋은 동네에 사는 것이다. '여성의 전화'에서는 정기적으로 여성을 위한 강연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동 성 평등 강사 교육 양성과정'도 그중 하나였다. 주 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강의가 이어졌다. 강의실에는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들이 앉아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은 한 강사가 종이를 나눠주며 자신이 생각하는 '섹스'를 그려보라고 했다. 그동안 살면서 예술, 문학, 전통이 뭔지에 대해 질문을 받아본 적은 있지만, 섹스가 뭔지에 대해선 살면서 처음 들어보았다. 놀라운 질문이었다. 무엇을 그리면 좋을까 고민했다. 본능적으로 떠오른 것은 이성 간의 섹스 장면이었다. 나는 이토록 고루한 인간이다. 그다음은 순정 만화잡지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밍크>, <파티>, <이슈> 같은 순정만화의 수많은 로맨스를 보면서 연애와 섹스를 학습했던 십 대 시기가 생각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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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큰 소리로 웃는 여자. 에세이 <애매한 재능>,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 저자. 창원에 살며 <우울한 여자들의 살롱>이라는 모임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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