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마! 교직생활] 7장. 이기는 게임은 즐겁다.

류재연
류재연 인증된 계정 · 정교사, 기간제 교사, 그 후 교수
2024/04/08
해임 무효 재판에서 질 수 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거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피해 학생들은 성범죄 혐의 교수들을 신고했지만,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내가 파면된 후에 피해 학생들이 경찰 출석 요청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제추행 피해 조교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학교를 옮겼고, 이해할 만한 여러 이유가 있었다.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아 사건이 종결된 것이다. 
   
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성범죄 피해를 제소한 것도 각하되었다. 내가 취하했다. 피해 학생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그 학생도 경찰 조사에 임하지 않은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해 학생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성범죄 당한 것을 국가기관에 가서 설명하는 것에 심각한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다. 더구나 자신들이 믿었던 교수가 파면되고 학교에 없는데. 그들은 누구도 믿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리고 나도, 누구도 원망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해임 무효 재판에서 질 수 있다는 불안은 공황발작으로 변했다. 곧 죽을 것 같았다. 차라리 죽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울릉도에서 배 타고 나오던 날, 멀미약을 먹었는데도 심하게 멀미했다. 밖으로 나가 물속으로 빠지고 싶었다. 그 느낌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어느 날은 하루 20시간 가까이 누워만 있었다. 그런데도 몸무게는 10kg 가까이 빠졌다. 잠시 화장실에 가는 것 이외에는 침대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침이 지나면 금방 저녁이 되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정신과를 방문했다. 세 정거장 거리를 걷는데도 휘...
류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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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학생들과 생활하다 교수가 되었어요. 교사 시절 급훈은 '웃자'와 '여유'. 20년 교수 생활 내내 학내 부조리와 싸우다 5년간 부당 해고, 파면, 해임되었다 복직 되었어요. 덕분에 정신과 치료, 교권 확립, 학교 상대 나홀로 소송의 노하우를 선물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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