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봄이 왔나 봄.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4/02
-나 지금 나가는데.
벌써 옷까지 갈아입은 남편이 말했다.
-나도 좀 걸어야 하는데... 아직 아침을 안 먹었네. 밥 안 먹으면 기운 없어 걷질 못하거든.
어느새 11시가 가까웠다. 오늘은 뭐하느라 여즉 아침도 안 먹었을까.
-10분 정도 여유가 있어. 얼른 밥 먹든가.

어제도 그제도 방에서 뒹굴기만 했으니 오늘은 기어이 산길을 좀 걸어줘야지 싶어 서둘러 밥을 먹었다. 어제 캐서 끓인 쑥국에 식은밥 한 덩이를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려 후루룩 넘기고 급하게 모자와 마스크를 찾아 쓰고 차에 올랐다.
산 어귀까지 남편이 운전하는 차로 내려갔다가 걸어서 다시 올라오는 것. 이게 유일한 나의 운동법이다. 내려가는 건 이제 도저히 자신이 없으니 올라오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다.

길섶엔 파란 풀들이 몰라보게 많이 올라 와있다. 봄에 들과 산에 올라오는 풀들은 대충 다 먹을 수 있는 거라는데 뭐가 뭔지 뻔히 보면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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