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을 누르고 있는 돌덩이를 움직여보다 (끝)

마릴린
마릴린 · 전직 선생, 현직 무직.
2024/02/12
그 날 이후로 며칠 있으면 이임식 겸 송별회날이다.
퇴직하더라도 2월말까지는 근무하거나 근무하지 않으면 연수 명목으로 쉴 수 있다.
방학 중에 사람들을 피해 교무실에 있던 남은 짐들을 모두 가져왔다. 
컴퓨터까지 완벽하게 비웠다. 
다시는 이 학교를 오지 않을 것이다. 

그 날 이후로 집 밖으로 전혀 나가지 않았다. 
밖에서 혹시라도 아이들을 만날까 두려워서 나갈 수 없었다. 
1월 20일 퇴임식이 있다고 나오라고 한다.
안 간다고 했다. 아니 못 간다고 했다. 
학교를 갈 수가 없고, 아이들이 두렵다. 아니 사람들이 무섭다. 
이사를 가버릴까했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지나가는 학생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려온다.
퇴임식 있던 날 작은 아들이 학교에 가서 명퇴 감사패와 현수막, 꽃다발을 갖고 왔다. 
한참을 쳐다보다 서랍에 넣어버렸다. 

결국 3월 지나면서 남편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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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선생으로 31년 근무하고 명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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