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수당의 시련.

이완
이완 인증된 계정 · 각자도생에서 사회연대로
2023/11/17
올해 10월, 잉글랜드의 지역구인 미드 베드퍼드셔에서 하원의원 보궐선거가 열렸습니다. 1931년 이래로 미드 베드퍼드셔 사람들은 보수당을 지지했는데, 거의 한 세기 만에 노동당에 기회를 줬습니다. 보수당은 우리나라로 치면 대구 수성구 같은 곳을 잃었고, 노동당은 압도적인 지지율 격차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켰습니다. 

노동당은 일도 잘하고 있었지만 운도 좋았습니다. 영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제3당이 아주 무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역사 깊은 자유민주당이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자유민주당 후보가 두 배나 많이 득표한 걸 보면, 보수당에 실망한 사람들이 투표를 안 하거나 자유민주당을 지지한 듯합니다. 노동당은 그 반사이익을 확실히 챙겼습니다.

게다가, 보수당에서 사건사고가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올해 8월, 미드 베드퍼드셔의 보수당 하원의원 나딘 도리스가 사퇴했습니다. 원인은 계파 갈등과 수낙 총리의 리더십인 듯합니다. 도리스 의원은 수낙 총리를 비판하는 편지를 남겼는데, 내용은 수낙 총리가 보수주의 원칙을 저버리고 경제와 브렉시트 등 모든 면에서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이야기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래로, 영국 보수당은 맥밀런과 대처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습니다. 1960년대에 활약한 맥밀런 총리는 사회통합을 위해 적극적으로 경제를 관리했고, 1980년대에 활약한 대처 총리는 효율성을 위해 민영화와 감세를 추진했습니다. 80년대 이후에는 대처 노선이 우위였지만, 중도적인 보수주의자들은 꾸준히 대처 노선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다가 1997년, 보수당은 큰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 해 치러진 총선에서, 블레어 당수가 이끄는 노동당에 패배하며 무려 176석을 잃었습니다. 반면 노동당은 총 659석 중 418석을 차지하며 18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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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자기계발론과 자유방임주의에 맞섭니다. 법치국가와 사회연대를 결합하려는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입니다. 더칼럼니스트 창간 1주년 기념 칼럼 공모전 당선 얼룩소 에어북 공모 1회차 선정 '함께 자유로운 나라' 출간 얼룩소 에어북 공모 6회차 선정 '좌업좌득'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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