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어떻게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저는 가끔 아득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여성들끼리 각자 자신이 겪었던 성폭력, 기억하지만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꺼내기 시작하면 정말 평소에는 기억도 못하고 있었고, 너무 자연스럽게 '조심하느라' 애썼던 기억들, 주변에서 겪은 폭력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와요.

그래서 현안님이 여기서 '그건 실제로 존재한다'라고 이야기하기 위해 에너지를 쓰시는 모습에
많이 마음이 가고, 또 제 것 같은 답답함도 함께 느낍니다. 

누군가 쉽게 결론 내린다면 '각자 아는 게, 경험한 게 다르다, 그래서 보이는 것도 다르다'라고 할 수 있을 테지만...
'그래서 당연히 서로 이해할 수 없다'-라고 결론 내리기엔 아쉽다고 생각하고요.

저도 고민해온 소통의 방법들을 얼룩커들과 나눠보자면...

첫번째로는,
사회적 공론장에 이런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올 수 있고, 그리고 사회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분이 인터뷰에서 그런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사회가 들을 준비가 이제 되었으니까, 나도 이야기를 시작한 거라고. '그런 경험이 있나요? 그건 당신만의 경험 아닌가요?'라는 질문이 어쩌면 그 이야기에 이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사람의 입을 막는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제 친족 성폭력 피해를 이야기하는 기자회견이 마침 있기도 했는데요. 오랜 시간 이야기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증언도 있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폭력들이 '없다'고 느끼신다면, 그건 아직 말할 수 없었거나, 사회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이야기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겁니다. 

두번째로는,
이 사회적 맥락을 더 잘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통계나- 연구, 기사가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일전에 여성의전화에서 연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에 대한 대담에 간 적 있습니다. 여성 폭력 관련된 국가 통계에서 친밀한 사이에서의 성폭력, 살해가 기록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 의식을 발제해주셨었는데요. 경험적으로만 이야기되고 있는 것들을 사람들이 좀 더 명확하게 서로 이야기나눌 수 있는 '재료'가 더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겨레에서 '젠더 데이터, 빈칸을 채우자'라는 특집을 하기도 했는데요.
https://www.hani.co.kr/arti/SERIES/1601/home01.html 

기록되지 않고, 이야기되지 않고 사라지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더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세번째로는, 
무엇이 폭력인지, 무엇이 차별인지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인식 업데이트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디지털 성폭력 촬영물을 사람들이 '국산 야동'이라고 부르던 때가 있었습니다. 
5년 전 여성단체들에서 '국산 야동이 아니라 불법 촬영물이다'라는 인식 캠페인을 한참 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범죄'라는 인식은 분명히 생겼다고 생각하고, 이런 진보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피해를 이야기할 수 있는 바탕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네이버 뉴스에서 예전 뉴스들을 찾아보면 경악할 만한 것들이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재판부가 가해자와 결혼하라는 중재를 한 기록도 있고요. (놀랍죠..?) 우리 사회에서 무엇을 폭력이라고 부를 것인지, 무엇을 차별이라고 이야기할 것인지- 그에 대한 이해를 좀 더 넓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