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봄 후기 feat. 국제시장, IMF, 아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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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 엔지니어
2023/12/22
며칠 전에 서울의봄을 관람하니 대부분의 고증이 잘되어 있는 점에 감탄했다. 건국 이래로 장교 인사 적체가 빠르게 진행하면서 불만을 품은 후배 기수들이 쿠데타를 두 차례 일으켰다는 점도 황정민 대사에 잘 녹아 있었다. 다만 정우성이 대교에서 단신으로 탱크를 돌려세우는 장면은 실제로는 반란군 측 김진영 대령이 진압군 측인 수경사의 전차부대를 돌려세운 일화를 뒤집어서 각색한 것 같다.
나는 현대사의 자세한 전말을 군대 전역할 나이에야 알았다. 한국사시간에 12.12쿠데타 6.29선언 이런 키워드만 대충 주입하는 것과 자세한 전말을 파악하는 것 간 차이가 큼을 체감했다. 그런 점에서 이런 영화들이 뜻깊다고 생각한다. 수 년 전 국제시장을 상영할 때 일각에서 생트집 잡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반응이 아주 갈리지도 않는 것 같다. 다만 국제시장 때 왜 그따위 반응이 나왔는지는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
시곗바늘을 잠시 돌려서 1997년 외환위기와 IMF 구제금융 얘기를 비전공자 수준에서 풀어보려 한다.
김영삼이 집권 후 "한국 경제는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라는 어록을 남기며 OECD 가입을 강행했고, 이러한 시장 자유화는 개발도상국과 해외 자본의 저리 단기채 사이의 장벽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 그런데 한국의 고성장 불패신화에 취해 있던 대우그룹 등등은 무분별한 몸집 불리기식 투자와 천문학적인 분식회계를 일삼았고, 아마 값싼 외채가 들어왔으니 물 만난 고기마냥 하던 짓을 거듭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한국 경제의 성장성에 대한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떨어지기에 이른다.
어느 국가의 기업들이 잘나가면 통화가치가 올라서 무역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낮아지고, 기업들이 못나가면 통화가치가 내려가서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동시에 값싼 환율을 틈탄 해외 투자자본이 유치되는 음성피드백 루프가 작동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은 97년 당시까지 사실상의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었다는 게 불연속적인 해외자본 돈맥경화가 발생하여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원인이었다. 불연속적으로 박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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