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골 마을로 내려간 출판사 이야기_ 2. 겨울나기, 보일러 없이?
2023/12/25
작년 11월 출판사 작업실 내부 정비가 얼추 끝나서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하면서 비장한 각오로 반려견 뿌잉이 앞에서 ‘작업실에서 겨울나기’를 선포했다. 영문을 모르는 뿌잉이는 덩달아 겨울나기에 동참해야 했다.
겨울나기의 모든 준비가 끝났지만 제일 중요한 하나가 없다.
바로 보.일.러.
그렇다. 출판사 작업실은 보일러 설치가 되지 않은 오래된 구옥이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은 관리의 편의를 위해 에폭시를 바르고 그 위에 바닥 타일 카페트로 차가운 냉기 올라오는 걸 눌렀다. 창문도 틈새 바람이 들어오지 않게 문풍지로 막고 방한 준비를 꼼꼼히 했다. 열난로, 라디에이터, 온풍기까지 모든 준비가 끝났다.
겨울이여! 어서 오라.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역대급 추위가 이어졌고 눈도 많이 내렸다. 하루가 멀다 하기 무섭게 한파주의보가 휴대폰을 울려댔고 도시가 아닌 작은 시골 마을의 겨울바람은 나이 많은 집을 마구 흔들어댔다. 꾹꾹 눌렀다고 생각했는데 냉기는 틈을 비집고 바닥에서 올라왔고 창문의 일중창을 뚫고 차디찬 바람은 솔솔 흘러 들어왔다.
“안 추워? 괜찮아?”
“응, 괜찮아, 안 추워!”
아무래도 추울 거 같다는 주변의 걱정 어린 안부에 씩씩하게 대답하면서 콧물이 줄줄 흘렀다. 추운데 안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