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의 귀신 이해(1)

이길용
이길용 · 종교와 문화로 사람을 읽는 여행자
2024/02/27
남송(南宋 : 1127년 ~ 1279년) 시대 새롭게 등장한 유학을 집대성한 주희(朱熹, 1130-1200)란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에겐 주자로 더 알려진 인물입니다. 앞으로 두 차례에 걸쳐 주자의 귀신 이해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주자(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169236)
보통 귀신이라 하면 현대인의 감각 속에는 유령이나 죽은 자의 혼령 등을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물론 주자에게도 그런 이해가 없다 고는 할 수 없으나, 그는 보다 상위의 개념으로 귀신을 조망하고 있습니다. 즉 주자는 그의 거대한 사유 시스템 안에서 귀신이란 주제를 다루고 있고, 그 점에서 이 글은 주자의 귀신관이 나오게 된 사상적 맥락을 살핌으로써 그의 세계관의 단면을 살피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주자의 귀신관 연구는 그리 활발한 편은 아닙니다. 본격적인 연구 논문을 꼽자면 2009년 『양명학』이란 잡지에 발표된 최진덕의 “주자학의 이기론과 귀신론”이 있고 그 외에도 몇 개의 논문이 주자의 귀신관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주자만을 단독으로 취급하고는 있지 않고, 특정 시기의 주자학이나 조선의 귀신관을 비교하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주자라고 하는 이름의 무게와 또 한반도에서 그가 끼친 영향을 생각할 때 이 정도의 연구 활동은 미약하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귀신이라고 하는 개념 자체가 난해한 탓도 있겠지만, 귀신에 대한 주자의 일관적이지 않은 언급도 한몫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주자는 강단 철학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데카르트 이후 서구에서는 제도화된 대학이라는 기구에서 학문을 전업으로 했던 이들과는 입장과 사정이 매우 달랐습니다. 사실 동아시아에서 순수한 학문 연구를 위한 직업군은 근대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부분 사상가라 하는 사람들은 학문을 업으로 하는 학자라기 보다는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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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Marburg대학교에서 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학위 후 귀국하여 지금은 서울신학대학교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 관심 분야는 ‘동아시아 종교’와 ‘해석학적 문화 비평’이며, 제대로 된 <한국종교사상사>를 펴내는 오랜 꿈을 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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