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왕의 DNA'

최정현
최정현 · "달🌕이 될게"
2023/08/13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극단적인 선택 이후 선생님들의 처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한 교육부 사무관인 학부모가 자녀의 담임선생님에게 ‘왕의 DNA’를 운운하는 장문의 글을 보냈고, 두 차례나 아동학대로 신고해 직위해제 시켰다는 사실이 밝혀져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담임선생님이 받은 글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하지마, 안돼, 그만!!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하지 않습니다. 싫다는 음식을 억지로 먹지 않게 합니다. 또래의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들어 주세요. 지시, 명령투보다는 권유, 부탁의 어조로 사용해주세요.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좋게 돌려서 말해도 다 알아듣습니다. 칭찬은 과장해서 사과는 자주, 진지하게 합니다. 인사를 두 손 모으고 고개숙여 인사를 강요하지 않도록 합니다. 
   
왕의 DNA를 가진 사람들은 제지하는 말을 듣지 않고, 싫다는 음식을 먹지 않으며, 사람들이 무조건 편을 들어주고, 권유와 부탁의 어조로만 말을 들었을까요?
   
연산군은 내관이었던 김처선이 직간(直諫)하자, 죽이고는 다음과 같은 명을 내립니다.
   
“가산(家産)을 적몰(籍沒)하고 그 집을 못 파고 그 본관(本貫)인 전의(全義)를 혁파(革罷)하라."
   
이후에는 그의 친척은 칠족까지 정죄(定罪)하며, 부모의 무덤을 뭉개고 석물을 치우게 했으며, 이름이 같은 사람의 이름을 바꾸게 하고, 모든 문서에서 김처선의 ‘처’자를 쓰지 말도록 했으며, 집을 철거해 못을 파고 그 집 길가에 죄명을 새긴 돌을 묻고 담을 쌓게 했습니다.
   
그가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정확히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 늙은 신(臣)이 4분의 임금을 섬겨왔으나 고금을 돌이켜도 이토록 음란한 왕도 없었사옵니다."와 같은 말을 했다고 전해져 내려올 뿐입니다. 공식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기록만이 남아있습니다.
   
“김처선은 연산조(燕山朝) 때의 사람이다. 누차 충간(忠諫)을 진달하였으므로 연산군(燕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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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 살, 꼰대 정치에 이의 있습니다' 공동 저자 - 전 CBS X FLO 이슈 FLEX 응답하라 꼰대정치 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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