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유 칼럼①> 낙이불산, 樂而不産, Just Enjoy but No Baby

정숭호
정숭호 인증된 계정 · 젊어서는 기자, 지금은 퇴직 기자
2023/10/12
걱정거리 중에 ‘인구절벽’ 혹은 ‘대한민국 소멸’이 있나요? 젊은이들이 아이를 안 낳아 한국의 인구가 미구에 완전 소멸한다는 경고 말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서서히 위축되다가 마지막에는 완전히 가라앉고, 나라 온 구석은 노인들로 가득해 활력은 찾아볼 수 없는 우중충한 풍경을 이룰 거라는 종말론 비슷한 이야기도 나돈 지 오래됐지요. 나는 며칠 전 막 내린 아시안 게임을 보다가 ‘이제 곧 대한민국은 이런 국제행사에서도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둘 뿐 국력을 뽐내기는 갈수록 힘들겠다’라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올 5월 서울에서 열린 인구 관련 심포지엄에 참석한 데이비드 콜먼이라는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이대로라면 한국은 2750년에 소멸할 위험이 있다”고 대한민국이 사라질 연도까지 꼭 집어 말해 이런 우울한 전망을 뒷받침했습니다. 2006년 유엔 인구 포럼에서는 “한국이 1호 인구소멸 국가가 될 거”라며 우리를 겁줬던 인구학 전문가인 이 양반이 이번에는 눈에 훤히 보인다는 듯이 소멸 연도까지 예측한 것은 그때만 해도 1.13명이었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숫자)이 작년에는 0.78명으로, 깎인 절벽 내려앉듯 푹 떨어진 데서 자신을 얻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인구소멸이 아니라 인구과잉이라고 정반대로 생각하는 분을 만났습니다. 아직 그다지 저명하지는 않은 이분 생각을 옮기기 전에 비슷한 생각을 스스럼없이 말하는 세계적 석학 한 분 소개하겠습니다.  1976년에 태어난 유발 하라리가 학생일 때 이 사람에게서 영감을 받아 ‘호모 사피엔스’를 쓰게 됐다고 밝힌 미국 UCLA 교수 재러드 다이아몬드(1937~ )입니다. 1997년에 낸 ‘총, 균, 쇠’로 하라리를 포함, 세계의 독자들을 사로잡더니 이후에도 쓰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된 그는 대표적 인구소멸 국가인 한국과 일본은 인구가 줄어드는 걸 축복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인구소멸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걱정하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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