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손맛

펄케이
펄케이 · 경계에서 연결을 꿈꾸며 쓰는 사람
2023/09/16
엄마의 요리는 언제나 맛있었다. 누구나 자기 엄마가 한 음식에는 익숙해지기 마련이지만, 엄마 손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다른 곳에서 먹는 것보다 열 배는 든든했다. 엄마는 요리를 할 때 언제나 좋은 재료를 쓰는 데다가 손도 큰 편이라서 음식을 한 번 하면 푸짐하게 하는 편이었다. 한창 잘 먹는 나이의 아이들 세 명을 키우느라 더 그랬겠지만 말이다. 

   엄마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병원에 두 달간 입원해 있었던 때를 제외하고는 엄마는 매 끼니를 항상 직접 챙겨 주셨다. 당시에는 배달 음식이라는 것이 전혀 없어서 아빠가 퇴근길에 사 오시던 치킨이나 특별한 날 중국집에 가서 먹는 짜장면이 아니면 외식의 기회도 거의 없었다. 그러니까 거의 이십 년 동안 세 아이들과 아빠의 끼니를 오롯이 혼자 엄마가 챙겼던 거다. 

   엄마의 음식이라고 했을 때 기억에 남는 장면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생일 파티 날이다. 하교 후에 친구들이 집으로 왔는데 가장 넓은 상 두 개에 가득 차려져 있는 음식을 보고 다들 눈이 왕방울 만하게 커졌었다. 음식을 먹는 아이들은 연신 맛있다를 외쳤고 생일파티의 주인공이었던 나는 왠지 뿌듯했다.

   두 번째 기억은 엄마가 만들어주던 부드럽고 따뜻한 물방울 모양 버터빵의 기억이다. 만드는 내내 고소한 버터 냄새가 풍기던 빵은 따끈따끈할 때 쭉 찢어서 먹으면 놀랄 정도로 부드럽고 달콤했다. 어릴 때는 정말 자주 해주셨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만들어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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