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뷰
2023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쟁
[털어놓고 말해보자면] 보아라, 내게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 대한 입장을 묻는자들아.
2023/06/19
다시 말해서 이 사안은 "누구의 편"인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후쿠시마 오염수가 정말로 문제적이라 생각한다든지, 혹은 과학적 사실이 정말로 궁금한다든지 하기보다는 그것에 대한 태도를 통해 상대를 규정하고, 비난하는데 사용하기 위한 소재 정도에 불과하다. 과학적 사실은 아무래도 좋을 일이다. 이미 과학적 사실은 아무래도 좋을 일이 되어버렸는데 도대체 '과학적 사실', '선동' 운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기껏해야 본인이 과학적이고, 근대적이며 선동에 휩쓸리지 않는 '합리적'인 개인이라는 걸 어필하고 그에 기초해 타인을 비난하고 싶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바쁜 내가 남의 자기 자랑을 들어줘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굳이 답하지 않고 조용히 차단 버튼을 누른다. 다만 몇몇 시민단체에 계신 분들께서 의견을 구하셔서 이 사태를 지금 어떻게 보아야 좋을지에 대해 내 나름대로의 판별 기준을 말씀드린 적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도 혹시 도움이 될지 몰라 글로 적어본다.
내가 보기에 지금 가장 문제시해야 할 지점은 오염수 방출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어느쪽을 택하는간에 합...
@박박박
하하. 레닌까지 읽으실 생각을 하신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신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와 별개로 저는 개인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는 특별히 정치적으로 무언가를 하시겠다는 생각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본인이 본인의 삶의 재생산의 조건들을 어느정도로 장악하고 있는가를 따져보는 계기를 제 글을 통해 얻게 되신다면 그걸로 족하다 생각합니다. 결국 장기적인 변화라는 건 경제생활에서의 변화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치는 언제나 경제적 변화를 뒤따라갈 뿐입니다.
제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근대사회론이라는 주제로 정리한 내용은 자본제 사회에서 크게 두 가지 경향, 하나는 원자화된 개인으로 만들어내는 경향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주체로서의 '조직'이 형성되는 경향, 이 경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경합되는 두 경향 중 후자를 어떻게 보다 강고한 형태로 만들어낼 것인가가 좌파가 고민할 문제라 생각합니다. 이 부분이 좌파의 '정치적 실천'의 영역이겠고 집단적인 행위가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을 개인한테 해소하라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봅니다.
개인이 자신의 생활의 재생산을 위한 여러 조건들, 예컨대 부동산 문제라고 해보자고요. 이런 부동산 문제를 한국 사회는 개별적으로 비용처리를 하게 합니다. 개인이 이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많은 돈을 버는 수밖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는 게 현실이고, 그래서 수많은 이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각자도생"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노동자 계급의 형성과 좌파 정당의 형성이 이 문제의 해결에 진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개인이 마냥 손놓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이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기 위해 나서는 과정이야말로 사회발전을 추동하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지요. 그 자발성은 구체적으로 정치적 시위로 나타날 수도 있고, 아니면 하다 못해 부정적으로 평가하시는 "각자도생"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각자도생을 하려고 해봤는데 정말 안된다, 이런 흐름이 집단적으로 나타나면 곧 그것이 사회적 운동으로 전환될 수 있을테니까요. 각자도생에서 성공하면 그 개인의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습니다.
요컨대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선생님께서 혹은 주변의 다른 분들께서 정치활동에 관심이 없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한국인들이 정치에 과몰입하고 있는 게 문제이며, 자신의 삶의 재생산에 좀더 집중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와 같은 좌파들이 할 일은 예컨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생겼을 때 글에도 적었지만 선생님 같은 분들께서 "모두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봅니다. 누군가의 편을 들어주고 비판하는 게 아니라 일단은 함께 모여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보고,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ESC라는 시민단체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관련 단체에서 조만간 그런 플랫폼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으시다면 이런 단체들을 한번 후원해주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후원하실 필요도 없고 논의할 때 한번만 오셔도 될 듯합니다.
저는 실천이라는 걸 대단히 거창하게 생각하는 게 한국의 가장 큰 문제라 봅니다. 구체적인 실천의 영역과 추상적인 거시담론 간의 괴리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데, 이 두 영역 간의 괴리를 성공적으로 메울 수 있는 건 결국 노동자 계급이 조직된 노동조합 등의 여러 중간단체들밖에 없다고 봅니다. 단순히 내가 내 삶에 조금이라도 무언가 더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노조에 가입하거나, 시민단체를 후원하거나,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한번 들어본다든지 이정도만 하더라도 개인의 레벨에서는 충분히 넘칠 정도로 많은 실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도 힘듭니다. 자기 생활의 재생산 조건들을 장악하려고 할 때 필연적으로 개인은 자신과 공동체와의 관계 속에서 "자유"를 생각할 수밖에 없고 좌파 정당 같은 정치집단들은 사람들의 그런 아주 작은 욕심, 자발성 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잘 안되는 사회라 선생님께 막 제가 속해 있는 정당을 후원해주시죠! 이렇게 말씀 못 드리는 상황이 민망합니다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주인장님 글에 항상 동의를 많이 하는 편이고, 심지어 결론에도 동의를 하는 사람입니다만, 솔직히 지금 제가 가진 것과 지금 주변의 상황에서 무슨 활동을 해야 이 각자도생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변화가 없던 건 아닙니다. 조직하면 질색하던 제가 차츰 레닌에도 관심 갖는 수준이 되어서요 ㅋㅋ (생업 핑계로 아직 마르크스나 레닌 쪽 글을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사실 더 심각한 건, 지도층뿐만 아니라, 지금 나 자신부터가, 또는 우리 이웃들이 사실은 엄밀한 의미의 '정치 활동'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 생각도 들어요. '귀를 열고 들을 준비'가 안 되있는 것 같아요. 혁명이고 뭐고, 일단 토론이나 조직조차 어려운 ㅎㅎ;;. 이렇게 과학적 사실의 문제도 서로 들을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신념과 가치관에 관련한 조직적 운동에 과연 사람들이 말을 들으려 할까? 실상 우리 일상부터 '비용 폭증'의 사회 아닐까 싶어요. 서로 불신이 기본 정착되어 있는 사회니까요. 학교 선생님들은 일처리 반이 문서 업무처리고, 연구자들은 증빙 서류 내느라 항상 바쁘고. 범죄가 일어나면 감시자 붙이자가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런데 정작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악순환처럼 감시와 처벌 강화부터 거론되는 분위기에 솔직히 좀 개인적으로 지치는 것 같습니다.
써주시는 글들 보면서 실천적인 측면에서 항상 고민이 들었었는데, 마침 조금은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이슈를 써주시기도 하여 제 고민을 나눠봤습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하고, 의욕 잃지 마시고 많이 많이 글 써주시기 바랍니다
@박박박
하하. 레닌까지 읽으실 생각을 하신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신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와 별개로 저는 개인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는 특별히 정치적으로 무언가를 하시겠다는 생각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본인이 본인의 삶의 재생산의 조건들을 어느정도로 장악하고 있는가를 따져보는 계기를 제 글을 통해 얻게 되신다면 그걸로 족하다 생각합니다. 결국 장기적인 변화라는 건 경제생활에서의 변화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치는 언제나 경제적 변화를 뒤따라갈 뿐입니다.
제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근대사회론이라는 주제로 정리한 내용은 자본제 사회에서 크게 두 가지 경향, 하나는 원자화된 개인으로 만들어내는 경향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주체로서의 '조직'이 형성되는 경향, 이 경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경합되는 두 경향 중 후자를 어떻게 보다 강고한 형태로 만들어낼 것인가가 좌파가 고민할 문제라 생각합니다. 이 부분이 좌파의 '정치적 실천'의 영역이겠고 집단적인 행위가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을 개인한테 해소하라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봅니다.
개인이 자신의 생활의 재생산을 위한 여러 조건들, 예컨대 부동산 문제라고 해보자고요. 이런 부동산 문제를 한국 사회는 개별적으로 비용처리를 하게 합니다. 개인이 이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많은 돈을 버는 수밖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는 게 현실이고, 그래서 수많은 이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각자도생"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노동자 계급의 형성과 좌파 정당의 형성이 이 문제의 해결에 진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개인이 마냥 손놓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이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기 위해 나서는 과정이야말로 사회발전을 추동하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지요. 그 자발성은 구체적으로 정치적 시위로 나타날 수도 있고, 아니면 하다 못해 부정적으로 평가하시는 "각자도생"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각자도생을 하려고 해봤는데 정말 안된다, 이런 흐름이 집단적으로 나타나면 곧 그것이 사회적 운동으로 전환될 수 있을테니까요. 각자도생에서 성공하면 그 개인의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습니다.
요컨대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선생님께서 혹은 주변의 다른 분들께서 정치활동에 관심이 없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한국인들이 정치에 과몰입하고 있는 게 문제이며, 자신의 삶의 재생산에 좀더 집중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와 같은 좌파들이 할 일은 예컨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생겼을 때 글에도 적었지만 선생님 같은 분들께서 "모두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봅니다. 누군가의 편을 들어주고 비판하는 게 아니라 일단은 함께 모여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보고,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ESC라는 시민단체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관련 단체에서 조만간 그런 플랫폼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으시다면 이런 단체들을 한번 후원해주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후원하실 필요도 없고 논의할 때 한번만 오셔도 될 듯합니다.
저는 실천이라는 걸 대단히 거창하게 생각하는 게 한국의 가장 큰 문제라 봅니다. 구체적인 실천의 영역과 추상적인 거시담론 간의 괴리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데, 이 두 영역 간의 괴리를 성공적으로 메울 수 있는 건 결국 노동자 계급이 조직된 노동조합 등의 여러 중간단체들밖에 없다고 봅니다. 단순히 내가 내 삶에 조금이라도 무언가 더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노조에 가입하거나, 시민단체를 후원하거나,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한번 들어본다든지 이정도만 하더라도 개인의 레벨에서는 충분히 넘칠 정도로 많은 실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도 힘듭니다. 자기 생활의 재생산 조건들을 장악하려고 할 때 필연적으로 개인은 자신과 공동체와의 관계 속에서 "자유"를 생각할 수밖에 없고 좌파 정당 같은 정치집단들은 사람들의 그런 아주 작은 욕심, 자발성 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잘 안되는 사회라 선생님께 막 제가 속해 있는 정당을 후원해주시죠! 이렇게 말씀 못 드리는 상황이 민망합니다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주인장님 글에 항상 동의를 많이 하는 편이고, 심지어 결론에도 동의를 하는 사람입니다만, 솔직히 지금 제가 가진 것과 지금 주변의 상황에서 무슨 활동을 해야 이 각자도생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변화가 없던 건 아닙니다. 조직하면 질색하던 제가 차츰 레닌에도 관심 갖는 수준이 되어서요 ㅋㅋ (생업 핑계로 아직 마르크스나 레닌 쪽 글을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사실 더 심각한 건, 지도층뿐만 아니라, 지금 나 자신부터가, 또는 우리 이웃들이 사실은 엄밀한 의미의 '정치 활동'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 생각도 들어요. '귀를 열고 들을 준비'가 안 되있는 것 같아요. 혁명이고 뭐고, 일단 토론이나 조직조차 어려운 ㅎㅎ;;. 이렇게 과학적 사실의 문제도 서로 들을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신념과 가치관에 관련한 조직적 운동에 과연 사람들이 말을 들으려 할까? 실상 우리 일상부터 '비용 폭증'의 사회 아닐까 싶어요. 서로 불신이 기본 정착되어 있는 사회니까요. 학교 선생님들은 일처리 반이 문서 업무처리고, 연구자들은 증빙 서류 내느라 항상 바쁘고. 범죄가 일어나면 감시자 붙이자가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런데 정작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악순환처럼 감시와 처벌 강화부터 거론되는 분위기에 솔직히 좀 개인적으로 지치는 것 같습니다.
써주시는 글들 보면서 실천적인 측면에서 항상 고민이 들었었는데, 마침 조금은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이슈를 써주시기도 하여 제 고민을 나눠봤습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하고, 의욕 잃지 마시고 많이 많이 글 써주시기 바랍니다